오피니언 사설

구제역 초비상 … 더 철저한 방역으로 전국화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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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전국의 축산농가가 전전긍긍(戰戰兢兢)이다. 방역망을 뚫고 경기도에 출현한 구제역(口蹄疫)이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다. 인접한 강원과 충청은 물론 호남지역도 총력 차단에 나섰다. 그런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몰아친 혹한(酷寒)에 방역장비가 얼어붙고, 소독약은 줄고, 방제인력도 태부족이라고 한다. 자칫 차단벽이 무너져 구제역이 전국화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올해 구제역은 사상 최악이다. 포천·강화에 이어 경북과 경기 북부를 강타한 구제역으로 소·돼지 23만3724마리가 매몰됐다. 광복 이후 최악이라던 2002년 가축 피해 16만155마리를 훨씬 넘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얼마나 더 살(殺)처분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엄동설한에 꽁꽁 언 땅을 파고 자식 같은 가축을 묻는 농부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예방 백신을 사용하기도 녹록하지 않다. 수십만 마리에 이르는 접종 가축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한번 백신을 사용하면 다시 구제역 청정국(淸淨國)으로 인정받기까지 1년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수출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전국에서 사육하는 소는 337만여 마리, 돼지가 990만여 마리다. 아직 구제역에 따른 매몰 비율은 2%를 밑돌지만, 확산 여부에 따라 공포스러운 상황을 빚을 수 있다. 영국은 2001년 한 해 600만 마리를 매몰하고서도 올해도 구제역 고(高)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축산 기반이 거의 무너진 상태다.

 결국 지금으로선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 확산을 차단하는 길밖에 없다. 올 들어 세 번이나 뚫려 미덥지 않지만, 방역당국은 책임을 통감하고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라. 축산농가도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이번에 드러났듯이 한순간 부주의가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이웃의 가슴을 멍들게 한다. 겨울휴가철을 맞은 국민도 구제역이 창궐하는 동남아 여행에 조심하자. 육류반입은 물론 검역과 소독에 유의하자. 방역시스템 정비와 가축질병규제 강화도 서둘러야겠지만, 선진국민으로서 예방의식이 우선이다. 모두가 합심해 조속히 ‘청정국’을 회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