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사 TFT-LCD 성공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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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8월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요즘 최고 효자인 액정화면(LCD)이 지난해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10개 중복투자업종에 끼여 자칫 했으면 퇴출될 뻔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정부에 LCD를 제외해줄 것을 설득하지 못했으면 지금 같은 호황을 맛보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LCD 업계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TFT-LCD(초박막 액정화면)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는 데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다.
공급은 제한된 반면 세계 컴퓨터 시장 등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제2의 반도체 신화'' 를 일궈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LG필립스LCD가 세계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했으며, 현대전자를 합친 업계 전체로도 2001년께부터 일본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없어서 못 판다

8월말 현재 LCD 수출실적은 지난해의 3.4배에 이르는 17억달러. 하반기 들어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은 40억달러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삼성의 경우 21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속도 짭짤해 매출액 중 20~30%가 순익으로 떨어진다.

특히 세계 노트북 컴퓨터와 데스크톱 컴퓨터의 액정모니터 시장이 활황인 덕분이다. 여기에다 휴대폰.평면TV 등의 수요도 한몫 하고 있다.

올해 세계 LCD 공급능력은 2천1백80만대(10.4인치 이상 기준)인 반면 수요는 2천5백88만대에 이르고 있어 압도적인 공급부족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컴퓨터 메이커들은 TFT-LCD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LG에 16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생산량의 50%를 우선 받아가기로 했고 미국 애플도 삼성전자에 1억달러를 투자해 물량 공급선을 확보했다.

현대도 대만 컴퓨터업체 컨소시엄과 외자유치 협상을 하고 있다. 3사 관계자들은 "세계 컴퓨터 메이커들로부터 물건을 달라는 요구를 뿌리치느라 곤욕을 치를 정도" 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 성공요인

95년까지만 해도 세계 LCD 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한국은 95년에 일본을 모방한 제품의 첫 생산에 들어갔다가 97년부터 독자적인 사이즈를 채용하면서 일본을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선두에 올라섰고, 올해 삼성과 LG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19%, 1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결을 ''선택과 집중, 불황 때 투자'' 로 요약된다.
특히 불황인 97년 하반기에서 98년 상반기까지 국내 업체들이 13.3인치 이상의 대형 제품에 집중 투자한 것이 결정적 성공비결이 됐다. 이 제품은 현재 세계 노트북 컴퓨터의 주력 상품이다.

당시 일본의 선두업체인 샤프는 11.3인치 라인에 투자했었다. 우리 업체들이 시장을 그만큼 잘 읽었다는 것이다.

LCD는 생산라인 하나에 8천억원 이상의 투자비가 드는데, 국내 전자업체들은 94~95년 반도체 호황 때 번 돈을 LCD에 집중한 것도 주효했다.

◇ 전망

일본 전문조사기관인 TSR에 따르면 삼성 등 국내 3사의 99년 세계 시장 예상점유율 35%. 나머지는 일본 10여개사가 차지하는 것으로 돼 있다.

현재 국내 3사가 짓고 있는 차세대 제품공장이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가면 한국이 세계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성원 수석연구원은 "세계 LCD시장은 올해 1백억달러, 내년 1백20억달러로, 2005년엔 3백4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돼 우리 업체들의 승승장구는 계속될 것" 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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