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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국에 요구해야 하는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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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

갈수록 도발의 수위를 높이는 북한을 견제하는 데 중국이 핵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건 두말할 여지가 없다. 중국은 현재 북한의 식량과 연료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지구촌 국가들이 일체의 상거래를 기피하는 가운데 북한과 한 해 20억 달러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기도 하다. 동시에 중국은 북한의 위험천만한 행위를 억제하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는 한·미·일 3국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가 중국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북·중 관계에서 모종의 결과를 얻어내자면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따져봐야 할 때가 됐다.

 일정 여건만 갖춰지면 중국도 북한에 압력을 가한다. 1994년 첫 북핵 위기 때 베이징 당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평양에 밝혔다. 아마도 이 때문에 김일성은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을 터다. 2003년엔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연료 공급을 잠정 중단함으로써 북한이 6자회담의 서곡이었던 미·중·북한 간 3자회담에 응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잇따른 북핵 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619호와 1874호를 지지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핵실험에 대한 징계 차원에서 북한에 압력을 가해 왔다. 즉 북한이 남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했다고 해서 압박한 적은 없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데 필요한 종류의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백하다.

중국으로선 정권 붕괴, 거대한 난민의 유입, 민주주의 동맹과 연합한 통일 한국의 출현보다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덜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2012년이 중국의 정권교체기라는 점과 동북아시아 이슈를 좌우할 수 있다는 중국 엘리트층의 과도한 자만심을 고려할 때 향후 몇 년간 핵 문제를 외교로 풀기란 상당히 힘들어질 게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이 우리의 안보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가정하지 말고 스스로 방어적 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미·일 당국이 중국 측의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 협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들 세 민주주의 국가는 미국 관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홍보(PR)쇼’에 불과한 제안을 거절했다. 이달 7일로 예정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북한의 핵 위협과 남한에 대한 군사 공격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이 중국의 동북아 지역 내 전략적 입지를 약화시킬 뿐이라는 메시지를 공고히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한·미, 미·일, 한·미·일 간 군사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저지하는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식은 중국과의 긴장 수위를 높인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미 중국은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공격에 대해서보다 훨씬 센 강도로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훈련을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 최소한 중국이 평양 당국에 대해 남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면 북·중 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을 설명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이 추가적인 군사 공격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할 주된 책임을 지고 있다. 천안함 공격 직후 김정일을 포용함으로써 중국은 무심결에 연평도 포격을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천안함 공격 이후 중국이 한 달 동안 북한에 대한 식량과 연료 공급을 끊었던들 김정일이 감히 연평도를 포격할 수 있었겠는가.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마지못해 따르는 데서 벗어나 미사일과 핵 관련 거래를 제재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도록 해야 한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북한의 핵 확산 활동을 막도록 중국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북한의 군사 공격과 핵 확산 활동이 중국과 한·미·일 간의 전략적 관계에 얼마나 해가 되는지를 중국이 안다면 이 두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들 조치는 북한의 정권 붕괴를 초래할 위험도 없으며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중국의 의미 없는 시도보다 훨씬 유용할 터다.

언젠가 북한과 대화할 시기도 오겠지만 지금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아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