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빼앗긴 30년 … “TBC는 영원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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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꼭 30년 전의 일이다. 중앙일보 소유의 동양방송(TBC)이 신군부의 언론 탄압 정책에 따라 억지로 문을 닫은 것은. 1964년 대한민국 최초의 민영 TV 방송사로 태어난 뒤 드라마·쇼·교양 등 전 장르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TBC는 하루아침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일일연속극 ‘아씨’, 오락물의 새 지평을 연 ‘쇼쇼쇼’, 노년층에 큰 즐거움을 선사한 ‘장수만세’ 등 한국 방송사에 큰 획을 그은 프로그램들의 산실(産室)이 사라져 버렸다.

 신군부가 1980년 11월 TBC를 KBS로 넘기는 등 64개 언론사를 18개로 강제 통폐합하며 내건 명분은 “방송의 공영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허튼 핑계에 불과할 뿐 실제론 “장기 집권에 필수적인 언론 통제를 위해서”였다는 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공식 조사 결과다.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아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TBC를 통폐합 조치의 주된 제물로 희생시킨 것이다.

 졸지에 자랑스러운 일터를 빼앗긴 TBC 직원들과 가수·배우·진행자 등 출연진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서슬 퍼런 군부 정권이 ‘비장하지 않게, 우는 사람이 없도록 할 것’이란 주문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11월 30일 마지막 고별 방송이 눈물바다가 돼버린 이유다. 이후 ‘TBC 기일(忌日)’마다 어김없이 추모제를 지내온 이들 직원과 스타들이 올해는 3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 사옥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TBC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송 정신이 중앙일보 종합편성 채널을 통해 되살아나길 한마음으로 기원한 ‘TBC는 영원하리’ 행사였다.

 TBC의 말살은 단지 TBC와 중앙일보만의 비극이 아니었다. 통폐합 결과 한국의 방송은 글로벌 경쟁 체제에 걸맞지 않은 기형적이고 왜곡된 구조로 고착화돼 버렸다. 이를 바로잡지 않고선 우리 미래의 먹을거리인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결코 기대할 수 없다. ‘TBC의 부활’이 한국 방송 정상화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