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명문 골프장 탐방 <8> 경북 상주 오렌지 골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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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오렌지 골프장의 시그너처 홀인 이스트 코스 3번 홀(파5) 전경. 이 홀은 제주에서 공수해와 조성한 억새 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오렌지 골프장 제공]


이른 아침 경북 상주(尙州)를 향해 차를 몰았다. 예부터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리던 곳이다. 이곳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흰 누에고치, 흰 쌀, 곶감의 흰 가루 등이란다. 그래서일까. 상주의 새벽은 그렇게 흰색이었다.

상주는 2년 전부터 골퍼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상주의 또 다른 명물로 떠오른 오렌지 골프장이 이곳에 있다. ‘티없이 맑고 밝다’는 백화산(白華山)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경북 상주시 모서면 회현리 46-1번지. 용머리 형상의 백화산, 그것도 용의 턱 밑 33만여 평에 18홀(파72·7326야드)이 들어 앉았다. 산세는 웅장하지만 그 자락의 작은 능선과 구릉, 골짜기와 참나무 수림대를 끼고 배치된 코스는 더할 나위 없이 아늑하다. 홀의 고저 차가 35m 이내로 평지 같다. 이 골프장에선 세 가지가 눈에 띄었다.

2번 홀 그린 뒤편으로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는 유럽풍 별장형 빌라.

영천(靈泉) 백화산 계곡의 맑고 깨끗한 물이 코스 이곳저곳을 휘감고 흐른다. 지독한 피부병에 시달렸던 조선 7대 임금 세조의 피부병을 낫게 한 영험한 물 기운이 흐르는 곳이다. 코스의 맑은 계류에 비친 수양버들의 잔영은 한국적인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골프장에 닭 모양의 도예품과 그림이 즐비했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부지런한 동물인데 다산·행복·풍요를 상징한다고 골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유럽풍의 클럽하우스와 별장형 빌라(45평형 15채), 타워형 콘도(20평형 35실) 등도 깔끔하다.

오렌지 골프코스는 오렌지처럼 신선하고 상쾌하다. 재충전을 뜻하는 ‘리프레시 (refresh)’의 의미로 골프장 이름을 ‘오렌지’로 지었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데다 주황빛의 온화하고 화사한 느낌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백화산의 정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코스 사이의 논밭을 그대로 두고 논둑의 감나무 한 그루까지 살려 홀을 배치했다. 제주에서 공수해 와 코스 이곳저곳에 조성한 억새 군락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자연친화적 코스의 대명사란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

오렌지 골프장은 퍼블릭 골프장인 데도 아마추어 골퍼 사이에 코스가 빼어나다고 입소문이 퍼졌다. 코스만 놓고 보면 웬만한 회원제 명문 골프장보다 낫다. 특정한 코스 설계자가 없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다. 오렌지 엔지니어링이 100차례 이상 설계 변경을 한 끝에 탄생시킨 명품이다. 형형색색 15채의 별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스트 코스의 2번 홀에 서면 유럽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스트가 여성적이라면 웨스트 코스는 남성적이다. 이 골프장은 호텔로 치면 무궁화 여섯 개짜리다.

상주=최창호 기자



중앙일보는 아리랑TV, 골프전문채널 J골프, 레저전문채널 놀TV와 함께 대한민국의 명문 골프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중앙일보 기자가 방송 제작진과 함께 찾아가 골프 코스를 둘러본 뒤 골프장의 특징과 음식 등의 정보를 자세히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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