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단체협약 때문에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현대자동차 울산 4공장의 주간 근로자 1300여명은 지난 9일부터 이 달말까지 임시 휴무한다. 5공장은 8시간의 근무 시간 가운데 두시간을 떼내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1,2,3 공장 근로자들은 매일 2시간의 잔업은 물론 토.일요일까지 회사에 나와 일을 한다.

4,5공장에서 생산하는 내수차량(스타렉스.포터.테라칸)은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3000대 이상 쌓여 조업단축이 불가피한 반면,1~3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클릭.베르나.산타페.아반떼)의 수출주문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차종이 달라도 생산기술에는 별 차이가 없어 같은 생산현장에서 얼마 든지 전환근무가 가능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회사측은 "일감이 없는 4~5공장 근로자들을 일손이 부족한 1~3공장으로 전환배치해 정상적으로 공장을 돌리고 싶지만 노조가 단체협약을 근거로 이를 수용해주지 않아 어쩔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회사 노사는 1990년대 후반에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일자리를 옮길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노조와 합의하도록 규정했다. 또 임시 휴무자에게 8시간 정상근무한 사람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사합의해 휴무 근로자들이 전환배치에 쉽사리 동의해주지도 않는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4공장의 경우 주간에는 생산라인이 멈추고 밤(오후 9시~오전 6시)에만 돌아간다. 회사측은 "야간조가 쉬고 주간조가 근무하도록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노조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노조측은 이와 관련해 "근로자들이 이왕 쉴 바엔 주간보다 돈을 더 주는 야간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회사측은 근로자를 전환배치할 수 없다면 생산라인이라도 물량이 넘치는 공장에서 그렇지 않은 곳으로 옮기려하지만 이 역시 노사 합의사항이어서 벽에 부닥쳤다. 5년전 일감이 넘치던 2공장의 트라제 생산라인을 지금처럼 일손이 남아돌던 5공장으로 옮기기까지 노조의 동의를 받아내는데만 9개월이 걸렸다.

울산=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