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공장에서 생산하는 내수차량(스타렉스.포터.테라칸)은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3000대 이상 쌓여 조업단축이 불가피한 반면,1~3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클릭.베르나.산타페.아반떼)의 수출주문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차종이 달라도 생산기술에는 별 차이가 없어 같은 생산현장에서 얼마 든지 전환근무가 가능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회사측은 "일감이 없는 4~5공장 근로자들을 일손이 부족한 1~3공장으로 전환배치해 정상적으로 공장을 돌리고 싶지만 노조가 단체협약을 근거로 이를 수용해주지 않아 어쩔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회사 노사는 1990년대 후반에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일자리를 옮길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노조와 합의하도록 규정했다. 또 임시 휴무자에게 8시간 정상근무한 사람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사합의해 휴무 근로자들이 전환배치에 쉽사리 동의해주지도 않는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4공장의 경우 주간에는 생산라인이 멈추고 밤(오후 9시~오전 6시)에만 돌아간다. 회사측은 "야간조가 쉬고 주간조가 근무하도록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노조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노조측은 이와 관련해 "근로자들이 이왕 쉴 바엔 주간보다 돈을 더 주는 야간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회사측은 근로자를 전환배치할 수 없다면 생산라인이라도 물량이 넘치는 공장에서 그렇지 않은 곳으로 옮기려하지만 이 역시 노사 합의사항이어서 벽에 부닥쳤다. 5년전 일감이 넘치던 2공장의 트라제 생산라인을 지금처럼 일손이 남아돌던 5공장으로 옮기기까지 노조의 동의를 받아내는데만 9개월이 걸렸다.
울산=이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