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간부 15억 '뇌물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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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통해 연예인 누드 사진 등을 보여주는 '모바일 콘텐트 사업'이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가운데 콘텐트 선정 업무를 맡은 한 이동통신사 간부가 15억원 상당의 뒷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모 텔레콤 콘텐트팀 과장이었던 변모(39)씨. 그는 2003년 7월 누드 사진.동영상 등의 휴대전화용 성인용 콘텐트 제공업체를 선정하는 일을 담당하면서 업체 관계자들에게 노골적으로 뒷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요금을 내고 보는 성인 콘텐트가 대박 사업으로 부상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 회사의 모바일 성인 콘텐트 사업 규모는 한 해 매출만 335억원. 한 달 평균 이용자는 10만명에 이르고 80여 업체가 콘텐트 제공 경쟁을 벌이는 상태다. 유명 연예인 누드 사진.동영상은 보름이면 3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뒷돈의 효과는 컸다. 변씨는 1차 심사를 맡은 부하직원에게 뇌물 제공 업체들이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또 해당 업체들의 콘텐트들을 소개하는 문구가 휴대전화 화면 가운데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배치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트 제목이 휴대전화 화면의 어느 자리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접속 건수가 두세 배 차이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변씨는 2005년 1월까지 16개 업체로부터 14억950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277만원씩을 1년반 동안 매일 받은 셈이다. 그는 이 돈으로 2300만원짜리 명품 시계와 고급 신발.골프채.가방 등을 사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월세 보증금 3500만원짜리 집에서 1억원어치에 달하는 고가 양주와 다량의 명품이 무더기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가 고급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니면서 강남 룸살롱에서 하루에 1000만원을 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화려한 생활은 콘텐트 업체 측의 제보로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1일 배임수재 혐의로 변씨를 구속했다. 또 그에게 억대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로 성인 콘텐트 공급업체 대표 유모(31)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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