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갈등, MB정권 초부터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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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가 29일 올해 소득세·법인세 감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소득세·법인세의 최고세율을 2년간 유예한다는 입장에서 바뀐 게 없다”며 “내년에 다뤄도 늦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고 정책위의장은 소득세법에 대해선 “세법 개정 심의 때 어차피 논의해야 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뒀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이런 방침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날도 감세 논쟁은 이어졌다. 정두언 최고위원과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대통령 경제특보,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이 등장인물이었다. 친박계도 감세 기조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래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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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수 대 정두언·곽승준=강 특보와 정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공방을 벌였다. 특히 당 지도부가 27일 오전 정 최고위원의 감세 철회 제안을 수용하는 듯하다가 오후에 ‘단순 검토’로 후퇴하는 과정에서 강 특보가 한 역할이 논란거리였다. 강 특보가 당측에 전화해 “감세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설득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이는 특정 정치인에 의해 쉽게 바뀔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는 게 강 특보의 주장이었다고 한다.

 29일 정 최고위원은 그런 강 특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 경제특보가 전화를 해 당의 입장이 왔다갔다 했다면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의 정책 때문에 한나라당과 현 정부가 ‘부자정부’ ‘부자정권’이란 오해를 많이 빚었다”고 맞섰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인사들은 “갈등의 뿌리는 2006년 대선 캠프 시절”이라고 전했다. 강 특보는 성장론자고 정 최고위원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함께 복지에도 비중을 둬야 한다는 자칭 ‘따뜻한 시장경제주의자’였다는 거다.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두고도 ‘국민 성공시대’(강)와 ‘가족이 행복한 사회’(정·곽)로 맞섰고, 결국 채택된 건 ‘국민 성공시대’였다. 2008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강 특보가 주도한 세제개편안을 두고도 갈등했다. 정 최고위원과 곽 위원장이 “대통령은 친서민인데 (내각·참모가) 오히려 반대로 간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었다.

 이번 감세 논쟁에서도 정 최고위원과 곽 위원장은 서로 교감하고 있다. 곽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인세 감세 목표는 대기업 투자”라며 “(감세로 인해) 일자리 창출이 된다면 내려줘야 하겠지만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세금을 가지고 다 같이 밥 먹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친박계는 감세 기조에 비판적=감세 전선은 묘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은 감세, 박근혜 전 대표 쪽 사람들은 감세 철회에 가깝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을 고려하면 감세로 인센티브를 주는 게 중요하다”며 “또 전체적인 국가운영의 축을 정부로 갈 거냐, 시장으로 갈 거냐도 논란인데 (감세를 통해) 정부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 시장의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정부 정책의 큰 방향”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소득세 감세 철회를 검토하거나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세금을 더 걷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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