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이렇게 출제한다] 과학탐구영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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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과학탐구영역 출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판단되는 기준은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내용인가 여부다.

출제에 활용되는 과학 개념이나 용어가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에는 일단 배제된다. 단순하게 지식을 묻거나 학생들이 암기한 내용을 확인하는 문항도 수능 문제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평가원의 입장이다. 기억력에 의존하는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순 지식을 묻는 문항의 경우 복합 사고력을 묻는 문제로 바뀌어 출제된다.

예시된 2005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문항이 대표적이다. '신소재의 특이한 성질'에 적용되는 원리를 묻는 이 문항은 초안에서는 '형상기억합금'과 이것의 특성을 묻는 단순한 문제로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검토자들은 "단순하고 지엽적인 지식을 묻고 있어 수능문항으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게다가 기출문항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정된 문항은 서로 다른 신소재의 특이한 성질을 그림으로 표현한 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를 찾으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초안에 비해 복합적인 내용이 된 것이다.

실생활과 연관된 소재도 활용된다.

벌에 쏘였을 때 암모니아수를 바르면 부기가 가라앉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예를 찾으라는 문항이 여기에 해당된다. 일부 교과서에만 다뤄진 개념이나 내용도 출제 과정에서 제외된다. 형평성 시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비슷하거나 시중 참고서에 들어 있는 문항도 당연히 문제에서 빠진다.

문제 내용이 너무 길고 산만하거나 학생들이 이해하는 데 여려움이 많을 경우에도 문제 길이를 조정하거나 제시되는 자료를 고쳐 출제된다. 또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도 문항이 수정되며 과학적으로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을 때도 출제에서 제외된다.

김남중.하현옥.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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