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경찰서 이길수 경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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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의 수호천사를 자처한 경찰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아산경찰서 외사팀에 근무하는 이길수 경사(40·사진). 이 경사는 아산지역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주 여성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다. 이 경사는 지난 2006년 4월 개소한 ‘아산외국인 인권보호센터’근무를 시작하면서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인권보호센터 개소 초창기에는 주로 폭력이나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에 대한 상담이 많았으나 차츰 문화적 부적응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교재와 문제지를 직접 제작해 2007년 5월부터 ‘외국인 운전면허 교실’(Driving Class) 강의를 시작했다.

 이 같은 교육을 통해 현재까지 156명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했으며, 이들이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보다 자신감 있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외국인 운전면허 교실은 새로운 선진국 형 복지모델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아 2008년 2월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데 이어 경찰청 혁신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전국 11개 지방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 2009년 4월 8개국 출신 15명의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된 ‘외국인 치안봉사단’(MOMMY-POL)을 만들었다. 마미폴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직접 찾아가 일상에서 위반하기 쉬운 도로교통법과 외국환거래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등 외국인 범죄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이 경사는 또, 아산서 외사팀원들과 함께 중국 연변지역에서 동포들을 대상으로 발행 중인 흑룡강신문, 길림신문, 요녕신문 등에 국내 법률과 한국에서 범하기 쉬운 위반사례를 투고 형식으로 소개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예방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양한 활동 외에도 이 경사는 약 8년 전부터 사회복지시설(사랑과 평화의 집)을 찾아 남모르게 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 졌다. 이 경사는 “경찰 이 되기 전에 중국에서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고, 아시아 각 국을 여행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익힌 것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함께 어울리고 나눌 수 있는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미폴 회원으로 활동중인 아나스타샤(31·여·우즈벡)는 “이 경사는 우리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당당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만들어 준 가족 같은 존재”라며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무엇인가 도움을 주려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길수 경사=019-440-7815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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