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독립국가연합에 민주화 열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중동에 거센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도 실질적인 민주주의 국가 대열에 잇따라 동참할 태세다. 3일 미국 상.하원에 동시 상정된 '민주주의 증진법'안은 이러한 움직임에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 중동 민주주의 열풍=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는 지난 1월 자유민주주의 선거가 성공적으로 실시됐다. 그동안 중동에서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40여 년 만에 첫 지방의회선거가 실시 중이다. 중동의 최대 정치강국 이집트도 53년 만에 대통령 직선제라는 큰 틀의 개혁을 단행했다.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이후 레바논에서는 시리아의 내정간섭을 종식시키기 위한 대규모 시민봉기가 발생했다. 친시리아계 내각은 총사퇴했고 시리아군의 철군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래픽 크게보기

이러한 민주화 바람은 다른 중동의 왕정과 군사독재정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대중동 민주화구상'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이 같은 민주화 바람을 더욱 부채질할 움직임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빨리 확산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라크 선거로 더욱 두드러진 종파.민족 간 분열을 봉합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온건 지도자가 나서 대화를 통한 분쟁해결을 추진 중이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개혁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레바논의 상황도 불안하기만 하다.

◆ 러시아 주변국서도 확산=회오리는 먼저 카프카스 국가 그루지야에서 일었다. 2003년 대규모 총선 부정을 규탄하며 시작된 야당과 시민들의 봉기가 부패한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정권을 몰아냈다.

뒤이어 우크라이나에서도 시민혁명이 성공했다. 지난해 말 대선에서 대규모 부정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노리던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의 계획이 시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물거품이 된 것이다. 결국 12월 말 재선거가 치러졌고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사에서 강조한 '자유의 확산' 바람은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총선을 치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는 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으나 야당과 일부 시민이 선거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6일 총선을 앞둔 몰도바는 블라디미르 보로닌 대통령과 주요 여야 정당들이 모두 친서방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권위주의 통치를 고수하고 있는 보로닌 대통령의 집권세력이 물러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카이로.모스크바 =서정민.유철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