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 메뉴만 파는 할인점 … 만만찮은 '유통새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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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명동의 운동화 전문점 ABC마트. 2개 층 400여평 규모의 매장에 30여명이 몰려 운동화를 고르고 있었다. 이 매장은 5만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운동화 4000여켤레를 판다.

이곳을 찾은 정경미(22.대학생)씨는 "백화점보다 세일도 자주 하고 할인폭도 커 종종 온다"며 "여러 브랜드의 신발을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런 매장을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라고 한다. 한 가지 품목을 대량 구매해 판매하는 전문점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출발한 유통 형태며 국내에는 99년에 문을 연 하이마트가 효시 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곳에서 많은 종류의 제품을 비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카테고리 매장이 확산되고 있다. 카테고리 킬러가 자리 잡은 유럽.미국.일본의 업체들이 올해 국내에 10여개의 매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고, 삼성홈데꼬레 등 국내 업체들도 올해 쇼핑몰 형태의 카테고리 킬러를 만들 예정이다.

영국계 주택용품 전문업체인 B&Q는 오는 7월 롯데마트 구로점에 2500여평 규모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롯데마트와 손을 잡았다.

B&Q는 가구.욕실용품.조명.페인트.벽지 등 집을 꾸미는 데 필요한 모든 제품을 판매한다. 유럽에 570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10년까지 30여개의 매장을 연다는 목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식음료 매출 비중이 높은 할인점에 카테고리 킬러가 들어선다면 윈윈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신발전문점 ABC마트는 2002년 12월 국내에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 350억원을 올렸고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이다. 이 업체는 나이키.아디다스.푸마와 자체 브랜드인 반스.호킨스 등 40여개 브랜드를 팔고 있다. 현금으로 싼값에 구매해 이익은 올리고, 세일을 자주 해 재고를 줄인다는 것이 이 업체의 경영전략이다.

오는 8월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여는 삼성홈데꼬레는 수입 인테리어 제품 전문몰이다. 3200평 규모의 지상 8층 건물에 160개 업체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미 독일 마감재 업체인 베크, 네덜란드 바닥재 회사인 포보 등과 입점 계약을 마쳤다. 코즈니는 침구.양초.가구 등 인테리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200억원대다.

산업연구원 백인수 연구원은 "카테고리 킬러가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는 유통 업태라는 지적도 있다.

신세계 유통연구소 노은정 과장은 "카테고리 킬러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이상 되는 시장에서만 성공했다"며 "할인점 수가 많고, 교외에 대형 매장을 세우기 힘든 우리 실정에 맞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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