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한푼 아쉬운데 … 불법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투자해선 안 될 돈으로 고위험 투자=아주대는 등록금 등으로 마련한 학교 운영비를 불법 투자해 원금을 잃고, 이를 감추려고 분식 회계를 한 의혹이 있다. 본지 탐사기획팀이 아주대 교수회의 조사 결과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이 대학이 2007년 2월부터 1년간 매입한 펀드 금액은 최소 293억원이라는 게 교수회의 설명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의 펀드 매입을 허용한 것이 2007년 12월 말이므로 우선 투자 시점이 문제다. 특히 이 중 53억원은 학생들의 등록금이 주 수입원으로, 예금 등에 안정적으로 예치하도록 법에 규정된 학교 운영 자금이다. 아주대 김경래 총무처장은 “운영 자금과 기금 등을 한데 모아 관리하고 있어 운영 자금으로 펀드를 투자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펀드 구입 자금의 출처를 학교 운영비인 유동자금이 아니라 발전기금인 것처럼 허위 기재했다는 것이 교수회의 주장이다.

◆사립대 잘못된 투자=연세대의 경우 2008 회계연도에 안정된 예금·채권 등의 형태로 운영해야 하는 운영 자금을 해외펀드 등에 투자해 적지 않은 평가 손실을 봤다. 당시 금융위기 여파로 원화가치가 급락하자 해외 펀드에서 발생한 환차손을 메우기 위해 운영 자금에서 추가로 돈을 꺼내 쓰기도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일시적인 평가손실을 기록했지만 최종 환매 시점에서는 예금 이자와 비교했을 때 손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성신여대는 2009 회계연도에 운영 자금 중 일부를 주식·주식형 펀드·주식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했다. 이 중 일부 투자항목은 올해 2월 말 현재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운영자금의 이자만이라도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였으며 올해 말까지 이런 문제를 모두 정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익명을 원한 한 사립대 관계자는 “운영 자금 일부를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대학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법인 줄 알았지만 한 푼이 아쉬운 상태라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 자금과 달리 적립금은 2007년 말부터 위험성 있는 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이 그 이전부터 고수익을 목표로 위험성 높은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중앙대는 2007년 초 기금 일부로 100억원 규모의 일본 부동산펀드를 매입했다. 당시에는 기금이라 해도 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 없게 돼 있었다. 이 펀드는 한때 평가손실이 70% 가까웠고 최근 회복됐지만 원금의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당시에는 오히려 일반 주식형보다는 상당히 안정성 있는 상품으로 이해했는데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손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불투명성이 더 문제=대학들이 운영자금 등을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은 사익을 추구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교는 키워야 하는데 기부금은 적고 등록금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대다수 대학들의 현실”이라며 “이렇다 보니 고수익이 가능한 금융상품이 있다면 당연히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또 2008년 말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투자손실을 본 것 자체는 누구도 문제 삼기 어렵다.

그러나 등록금이 대부분인 운영자금과 기금의 구분도 제대로 안 되고, 운용 과정과 수익률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등 불투명성은 큰 문제다. 이는 학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주대는 지난해 초 펀드 투자 관련 의혹이 일면서 학교 평의원회, 총학생회 등에서 펀드 투자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응하지 않았다. 교수회가 나서 지난 3년간 회계 장부를 분석해 불법 투자, 회계 부정 등의 의혹을 제기한 이유다.

탐사1, 2팀 김시래·진세근·이승녕·강주안·고성표·권근영·남형석 기자, 강승현(경희대 4년)·박아람(이화여대 4년) 인턴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