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20·27일 이민 100돌 기념 다큐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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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1905년 1033명의 한국인이 제물포항을 떠났다. 목적지는 태평양 건너 멕시코. 상당수가 몰락한 양반과 관리, 퇴역 군인이었다. 유카탄 반도에 내린 이들은 '에네껜'(용설란의 일종으로 선박용 밧줄의 원료)농장에 배치됐다. 그러나 무더위와 비인간적 대우 등 생활은 상상했던 것보다 비참했다. 여기에 해외 이민에 대한 일본의 압력으로 멕시코 이주는 한 번으로 끝났다. 한인들은 고국에서도 잊힌 채 망향과 유랑의 세월을 보냈다. 현지에서 세계대전과 멕시코 혁명을 지켜봤다. 2005년, 그렇게 100년이 흘렀다.

올해는 한국인이 멕시코 땅을 밟은 지 100년째 되는 해. MBC가 이를 기념해 3부작 다큐멘터리 '에네껜'(henequen)을 방영한다. 같은 내용이 5월 멕시코 공영방송을 통해서도 방송된다.

우선 20일 제1부('코레아노의 노래')에선 멕시코와 쿠바에서 활약 중인 한인 후손들의 성공담을 중심으로 이민사를 정리한다. 현재 하원의원.주 대법원장.병원장.화가.연주가 등이 배출됐다. 또 같은 날 2부('백년의 유랑')는 이민의 역정을 되짚어 보는 내용이다. 제작진은 하와이 독점권을 지키려고 한인들을 멕시코에 보낸 일제의 음모를 추적하고, 한인들의 조국애를 조망한다. 이어 27일 3부 ('비바! 메히꼬레아')에선 한국과 중.남미가 새 100년을 어떻게 만들지를 생각해 본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은 일제가 멕시코 농장의 한국인을 사찰했다는 증거를 일본 외무성 비밀문서를 통해 공개한다. 당시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 수 있는 '주급 명세서'도 최초로 소개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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