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줄일 수 없는 지출’ 역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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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살림살이가 빡빡해진 이유가 있었다. 가계소득 가운데 세금이나 이자처럼 줄이기 힘든 경직성 비(非)소비 지출 부담이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월 100만원을 벌면 19만원 가까이가 이런 데로 빠져나갔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농어가 제외)의 소득에서 비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6%였다. 지난해 2분기보다 0.63%포인트 상승했다.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은 뱁새 걸음인데 비소비 지출은 황새 걸음인 탓이다. 2분기 비소비 지출은 월평균 66만539원. 지난해보다 11.5% 늘어났다. 소득은 355만1746원으로 같은 기간 7.7% 느는 데 그쳤다.

‘비소비 지출’이란 소득세·재산세·자동차세 등의 세금, 건강보험료·국민연금, 이자 등 경직성 비용을 말한다. 월급에서 미리 떼여 나가는 항목이 많다. 이게 커질수록 처분가능소득은 줄면서 살림살이가 빡빡해진다.

항목별로 보면 조세는 지난해 2분기(8만1918원)보다 15% 증가한 9만4242원이었다. 종전 2분기 최고치였던 2008년의 8만7409원을 크게 웃돌았다. 소득세 감세가 이뤄진 첫해이자 경제위기가 닥친 2009년에 줄었다가 소득이 증가하면서 다시 늘어난 것이다. 2분기에 9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지출은 9만5525원으로 지난해 2분기(8만5102원)보다 12.2%,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 지출은 9만3528원으로 지난해 2분기(8만4077원)보다 11.2%가 각각 증가했다. 연금과 사회보장 지출이 9만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주택자금 대출에 따른 이자가 대부분인 이자비용 지출은 7만7522원으로 지난해 2분기(6만5932원)보다 17.6%나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소득 5분위별로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소비 지출 비중은 2분위(17.63%), 4분위(18.43%), 5분위(19.22%)에서 모두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1, 2분위의 조세부담이 1년 전보다 각각 47.5%, 39.1% 늘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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