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피한 범죄자 국내 송환 빨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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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앞으로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주해도 단기간 내 송환이 가능하게 됐다. 한·미 수사 당국이 실시간으로 관련 범죄 정보를 교류하고, 출입국관리법 위반이 있는 경우 아예 송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강제 추방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13일 미국 국토안보부와 양국의 범죄인 인도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토안보부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신설한 기구다. 당초 대테러 업무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불법 이민 등 각종 범죄 수사와 정보 업무도 관장하고 있다.


대검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검과 미국의 국토안보부 내 국토안보 수사국이 수시로 인도 청구가 된 범죄인에 대한 정보를 교류, 조속한 송환에 나선다. 이전까지는 우리 검찰이 법무부와 외교부를 거쳐 미 당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 미국 수사 당국에서 범죄인에 대한 검거와 심사를 완료할 때까지 우리 측에 정보를 보내주지 않아 우리 검찰은 특별한 조치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인도 청구를 한 뒤 짧아야 수개월, 길면 몇 년 이상소요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내 수사기관이 수시로 해당 인물의 소재지와 추가 범죄 사실 등을 파악해 미 당국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미 수사 당국 역시 이를 이용해 적극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내에서 범죄인들의 도피처 제공 등이 주로 현지 교민이나 한국 내 지인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 측 수사기관에 소재지 관련 정보가 많은 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범죄인 인도 심사 단계에서도 송환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증거자료를 재판을 맡은 미국 검찰에 수시로 제공키로 했다.

특히 미 국토안보부는 우리 측이 범죄 인도를 요청한 인물이 미국 내에서 출입국관리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별도의 송환 절차 없이 비자를 말소시켜 바로 추방하는 방식을 활용키로 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해당 인물을 검거한 뒤 긴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국내 송환할 수 있다. 현재 미 사법 당국은 120억여원의 임금을 체불하고 미국으로 도주한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을 검거해 출입국 관리 규정 위반 등으로 추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황철규 국제협력단장은 “범죄인 인도 요청의 경우 검거와 심사에 길게는 수년이 걸려 실효성 논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기간이 대폭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진배·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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