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기간당원 제도] 정치 개혁인가 계파 경쟁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실험이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간당원 제도가 그것이다. 현재 집계된 기간당원 숫자는 25만명. 이들을 이끌 전국 234개 시.군.구 당원협의회장 선출도 대부분 이뤄졌다.

당원의 권한은 막강하다. 당원 가운데 선출된 대의원들이 당을 대표하는 의장은 물론 대통령 후보를 직접 뽑는다. 명실상부한 당내 최대 권력이다. 보스 정치가 아닌 상향식 민주주의를 위한 중대한 실험이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내실이 없는 구태 반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여러분은 제1대 당주(黨主)"=임채정 의장은 새로 가입한 기간당원을 "열린우리당의 제1대 당주"라고 불렀다. 그는 "1인 혹은 소수의 당 엘리트에 의해 지배되던 권위주의적 정당의 시대는 갔다"고 했다.

당원의 힘은 당헌.당규에서 그 권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기간당원은 공직 선출권뿐 아니라 당의 정책입안과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선출직 당직자의 소환요구권도 있다.

기간당원의 힘을 바탕으로 당 운영의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명계남 의장이 이끄는 국민참여연대(국참연)다. 노사모가 주축이 된 이들은 '정당을 당원에게, 권력을 국민에게'란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제휴해 세를 불려나가자 현역의원 30여명도 가입했다.

당원의 힘은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의 '당원 게시판'을 통해서도 발휘된다. 당내 여론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의식해 중진들도 직접 글을 올린다. 최근엔 당원게시판에서 유시민 의원과 정청래 의원이 임시지도부인 집행위원 인선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 정치혁명인가, 구습 반복인가=기간당원은 매월 2000원의 당비를 내는 사람이다. 당초 '우리 정치풍토에서 당비 내는 당원으로 전국정당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던 현실을 감안하면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는 외양으론 성공이다. 대략 25만명을 헤아린다.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상향식 정당의 모습을 갖춘 셈이다. 여당 스스로는 정치혁명이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고려대 김병국(정치학)교수는 "진정한 기간당원은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에 동의해야 한다"며 "스스로 당비를 내면서 당원이 되는 것은 진정한 기간당원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의 경우 당원이 이념이나 정책보다는 당 이름이나 계파 위주로 모여 만든 경향이 짙다"고 평가했다.

실제 각 계파나 공직 후보를 노리는 인사들은 당원 모으기에 안간힘이다. 예컨대 충남 공주.연기 등 당원이 몰리는 지역들은 재.보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그래서 동원 혐의가 짙다. 당원협의회장 선거나 당원 모집 과정에서 계파.후보 간 대립으로 혼탁.과열 양상이 빚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 "큰 흐름을 봐달라"=당원 모집을 총괄하고 있는 최규성 사무처장은 "나무보다는 숲을 봐 달라"고 했다. 최근 빚어진 혼탁과 관련해서다. 그는 "일부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25만명이란 숫자는 대중 정당을 의미한다"며 "당헌에 보장된 당원의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고 당원에 대한 교육강화 등을 통해 바람직한 당원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기간당원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싹 가시지는 않는다. 한 초선의원은 "기간당원제가 활성화하면 현역의원과 당원 간 유대가 강화되면서 정치신인이 발붙이기 어려워 물갈이가 불가능해지는 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임성호(정치학)교수는 "열린우리당이 제대로 기간당원제를 운영하려면 특정 집단에 의해 동원되고 이용당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