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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본소설 강의를 마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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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래서 이번에는 하루키, 바나나, 류 등 3명에 대해 강의를 맡았다. 반응은 예상 이상으로 좋았다. 수강생들이 많이 등록을 했고 강의 시간에도 다들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수강생들이 계속 강의를 듣고 싶다고 문화센터 게시판에 의견을 올렸고 종강 때는 서로 아쉬워하면서 헤어진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 강의로 다룬 3명만이 일본현대소설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돼 국내외적으로 많이 읽히는 작가들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3명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의 부모가 작가 혹은 학교 교사라는 점이다. 하루키의 부모는 둘 다 학교 선생님이었고 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부모는 아들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집 근처 서점에서 하루키가 외상으로 책을 살 수 있게 해 줬다. 덕분에 하루키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문학과 세계문학에 몰두하면서 지냈다. 바나나는 아버지가 현재 일본 사상계의 거물인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이고 어머니는 시인, 누나는 만화가이다. 그런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았는지 바나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류의 부모도 둘 다 학교 선생님이었고, 특히 미술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모양이다. 류는 일본의 명문 미술대에 입학해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사실(寫實)주의 영향을 받아 그는 객관적 시선을 가진 문체로 24세 때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받아 충격적인 데뷔를 했다.

나의 전공은 정치학이고 특히 일본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일본학이다. 그런 전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일본의 사회적 측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닐 듯하다. 나는 이런 식으로 한국소설에 대해서도 조금씩 공부하고 있다. 한국을 알기 위해 대표적 한국문학은 나에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일제시대에 한국인이 쓴 소설을 읽고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는 8월 말의 며칠간, 자료 수집 차 다시 도쿄를 다녀왔다. 낮 시간은 도서관이나 공문서관 등에서 지냈고 저녁 이후의 시간은 서점에서 구입한 소설을 읽고 지냈다. 이번 짧은 출장기간 중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소설을 4권 읽었다. 그의 소설 『백야행』은 한국에서 영화가 돼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새로운 지식은 현재까지의 나의 전공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 주는 느낌이 있어 마음이 포근하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