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역별 득표 분석]盧, 서울은 서초·강남서만 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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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당선자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는 수도권과 충청권, 그리고 부산·경남(PK) 등 세곳이었다. 盧당선자는 '세대 교체'와 '낡은 정치 청산'으로 수도권 표심을 공략했고, '행정수도 이전'공약으로 충청권을 파고들었다. PK 민심은 지역 갈등 해소로 극복하려고 했다. 결국 盧당선자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완승(完勝)을 거뒀고 PK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의 승리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도권의 유권자 수는 1천6백43만여명으로 전국 유권자의 47%. 부산·울산·경남을 합한 PK지역의 세배, 충청권의 다섯배에 달한다. 때문에 양당의 막판 선거 전략도 수도권 표심 공략에 맞춰졌다. 당초 한나라당은 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겠다는 盧당선자의 공약에 맹공을 퍼부으며 충청권에서 잃는 것보다 많은 표가 수도권에서 이회창(李會昌)후보에게 쏠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盧당선자는 수도권 전체에서 50.5%를 득표해 44.3%를 얻은 李후보를 6.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서울·인천·경기에서만 두 후보 간 표차가 72만여표에 달했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서 盧당선자가 李후보를 1.5∼2.3%포인트 차로 이길 것으로 전망된 후 개표 초반 李후보가 1위를 고수하자 한나라당은 환호했으나 서울 지역의 개표율이 李후보 지지세가 강한 지역보다 현저히 낮았던 게 원인이었을 뿐이다.

盧당선자의 수도권 승리는 이번 대선이 어떤 구도에서 치러졌는지를 드러내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부패정권 심판론'을 강력히 전파했던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 유권자들은 서울시장을 포함해 25개 구청장 중 22곳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했다. 민주당은 중·성동·관악구 등 세곳의 구청장만 배출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李후보는 강남·서초구 두 곳에서만 盧당선자를 앞섰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이들 지역에서도 盧당선자는 40% 안팎의 득표를 올렸다.

盧당선자가 55.8%의 지지율로 李후보보다 15%포인트 가량 격차를 벌린 금천구의 경우 불과 넉달 전인 8·8 재선에선 한나라당 후보가 34%포인트 차이의 대승을 거둔 곳이다.

'수도 이전이 수도권의 집값 폭락과 공동화를 가져와 경제 혼란을 부를 것'이라는 한나라당 측의 주장은 수도권 일부에서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李후보는 서울 강남권 주택가격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경기도 성남 분당(55.3%), 고양 일산(49.0%)에서 盧당선자를 이겼다.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해 수도 이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과천(49.2%)에서 李후보가 승리한 것도 이같은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경기 지역에 대해 한나라당은 농촌이 많은 북부에서, 민주당은 호남 출신이 많은 남부에서 우세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번 대선에선 盧당선자가 8곳에서 李후보에게 뒤졌을 뿐 남·북을 모두 포함한 32곳에서 고른 우세를 보였다.

인천의 10개 구·군에선 盧당선자와 李후보가 5대 5를 기록했다. 해당 지역 현역 의원이 어느 당 소속이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됐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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