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여행… 대만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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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겨울에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북쪽 지역은 아열대성, 남쪽은 열대성 기후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덥고 눅눅한 것이 흠이다. 이에 비해 요즘은 평균기온 12~16도로 봄날처럼 따사롭다.

타이베이(臺北)공항에서 시내에 이르기까지 길가엔 소철나무 같은 대형 열대 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상가를 비롯한 거리 풍경은 조금 낙후한 느낌이다. 10여년 전의 한국을 보는 듯하다. 고층건물이 많지 않고, 외벽 칠이 벗겨진 것을 방치한 건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국적인 풍물, 부드러운 날씨와 곳곳의 볼거리가 관광객에게 손짓을 하는 곳이 또한 대만이다.

◇고궁박물원=가장 유명한 곳은 세계 4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히는 고궁박물원이다.

1층의 상(商)·주(周)나라 청동기실에는 기원전 3000~4000년 전 상나라와 주나라 때 제사에 쓰였던 청동기들이 온전한 상태로 진열돼 있다. 간결함과 장식성이 조화된 가운데 남성적인 힘을 풍긴다. 현대의 미적 감각에도 손색이 없는, 역사 유물로서뿐 아니라 미술품으로서도 뛰어난 작품들이다.

2층에선 송(宋)·원(元)·명(明)·청(淸)대의 자기와 회화를 전시 중이다. 3층의 명·청 시대 조각실엔 야구공만한 상아를 깎아 그속에 17개의 공을 켜켜로 조각한 작품 등 기막힌 세공품이 즐비하다.

◇용산사(龍山寺·룽산쓰)=해질녘에 지하철 용산사 역에서 내리면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용산사가 나온다. 젊은 여학생에서 청장년·아주머니·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백명이 저마다 촛불과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비는 모습이 장관이다.

대웅전의 본존불을 비롯한 부처상과 건물 전체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각종 장식으로 가득 차있다. 부처님이 소원을 들어줄지 스스로 점을 치게 돼 있는 게 특이하다. 작은 나무판 2개를 던져서 윷은 '소원 성취', 모는 '기각', 도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도가 나오면 다시 대나무 꼬챙이를 산통에서 뽑아 거기에 나온 숫자로 앞으로의 운을 점친다.

◇화시(華西)야시장=용산사의 한블록 옆길이 뱀 요리로 유명한 화시 야시장이다. 1997년 대만의 유명한 공창(公娼)을 헐고 지은 시장으로 남대문 시장과 비슷하다. 뱀가게에선 여주인이 직접 구렁이를 몸에 감고 '스태미나 효능'을 선전한다.

사극 '명성황후'의 탤런트 이미연이 왔다 간 곳이라고 선전하는 발마사지, 전신 마사지집도 성업 중이다. 5~6명이 먹으면 1백만원이 쉽게 넘어가는 고급 음식점도 허름한 골목에 섞여 있고 망측한 성인 용품가게도 여러 곳 있다. 야시장은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열리지만 자정 이후엔 대체로 파장 분위기가 된다.

◇먹거리:신의로 2단에 있는 딩타이펑(鼎泰豊. 현지 전화번호2321~8928)은 만두 요리로 유명하다. 만두 속에 진한 고기국물이 들어 있는 소룡포(小龍包)가 한국인에게 특히 인기다. 도원가에 있는 흥강 우육면대왕(2331~9830)은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쇠고기 국수집이다. 한식을 먹고 싶으면 남경동로에 있는 한성관(2546-7181)을 찾으면 된다.

◇여행 쪽지:상점에서 '8折','5折'등이 적힌 선전판을 볼 수 있다. 8折은 80% 가격에, 즉 20% 할인해서 판다는 뜻이다. 각종 안내판의 앞머리에 칭우(請勿)라고 시작하는 문장은 "-를 하지 마세요"라는 뜻이다. 쟌(站)은 버스역·전철역·기차역에 두루 쓰인다. 중국어는 사성에 따라 억양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발음을 옮겨 적기보다는 한문으로 써 보여주는 게 안전하다.

◇항공편:캐세이패시픽 항공이 매일 오전 9시35분, 타이항공이 매일 오후 6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2시간20분 만에 대만에 닿는다. 왕복요금은 44만3천원. 자세한 정보는 대만 한국관광청(02-732-2357)홈페이지(www.tbroc.gov.tw).

대만=조현욱 기자

poemlo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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