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실적 전망 내년부터 발표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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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뉴욕=심상복 특파원] 세계 최대의 음료회사인 코카콜라가 내년부터 분기 및 연간 실적 전망치를 일절 발표하지 않겠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단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함으로써 회사의 영업활동이 이 수치에 지나치게 얽매여 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주를 위한 단기 성과 위주의 미국 기업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더글라스 대프트 코카콜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단기 전망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회사의 장기적인 사업방향과 전략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걸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카콜라는 그러나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에 관한 정보는 투자자들에게 계속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카콜라의 이같은 방침이 코카콜라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월가의 '투자 귀신' 워런 버핏에게 영향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버핏은 '가치 투자'를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기업이 단기 목표에 매달리다 보면 장기 전략을 그르치기 쉽다며 분기 실적 전망 발표 관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그가 운영하는 유명 투자회사인 벅셔 해서웨이는 오래 전부터 단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그가 이사로 재직 중인 질레트도 지난해 1월 이 관행을 폐지한 바 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코카콜라가 이 대열에 뛰어듦으로써 단기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코카콜라의 결단이 시의적절했다며 지지하는 분위기다. 단기 전망에 관한 정보는 줄겠지만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 대한 정보는 더 늘어날 것이며, 장기 발전 정보가 투자자들에게는 훨씬 더 값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동안 이를 주식투자의 주요 잣대로 삼아온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정보 부족으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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