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北미사일 大選 새 변수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치권은 11일 '북한 미사일 수출선 나포'로 술렁였다. 대선전의 막판 변수가 될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북한 미사일 선박에 대한 미국의 조사 자체가 이례적 이슈인 만큼 안보논쟁이 불가피하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되풀이된 북한 변수가 이번에도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차적으론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수출중단을 촉구하고, 정부의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표정에는 거리가 느껴졌다.

한나라당은 쟁점화에 주력했다. 유권자의 안보심리를 자극할 대형 소재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이회창(李會昌)후보가 이 문제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의 대북정책과 연결시키는 데 앞장섰다. 李후보는 "현 정권 5년만에 대한민국 안보가 파탄났는데, 민주당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북한에 현금을 주자'고 한다"고 盧후보를 겨냥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마구 퍼준 대북지원 결과가 핵 개발과 대량살상무기 제조"라는 논평을 냈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별도의 긴급 전략회의를 열고 "盧후보가 북한의 핵 개발이 위협요인이 아닌 것처럼 주장하는데, 참으로 안이한 인식"이라고 가세했다.

당내에선 "최근 확산되는 반미정서를 상쇄시켜 결과적으로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李후보의 한 특보는 "이번 사태가 유권자로 하여금 반미운동의 위험성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민주당은 대선 쟁점으로 비화하는 것을 꺼리는 눈치다. 대북 강경론이 확산될수록 盧후보의 대북 화해정책이 먹혀들 공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 듯하다.

盧후보는 "대북 화해·협력도 안보가 수반돼야 한다"는 지론을 강조하는 것으로 한나라당의 '안보공세' 차단에 나섰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같은 대량 살상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은 대량 살상무기 확산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정부는 한·미·일 공조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생산과 수출을 즉각 중지시켜야 한다"고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한쪽에선 이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유재건(柳在乾)의원은 "국제뉴스나 북한 문제가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문희상(文喜相)의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수출한다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비밀이 아니다"며 "미국이 왜 이 시점에서 나포하게 됐는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상연·나현철 기자

chois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