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에 둥지 튼 ‘예술인 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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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캔버스·판넬 위에 먼저 그림을 그린 뒤 실을 활용해 설치작품을 만들죠. 그림(검은 그림자)속에 숨겨져 있는 자아를 꺼내 나 자신, 혹은 주변과 소통하려는 욕망을 표현한 것 입니다.”

1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 있는 경기전 돌담길 옆 ‘교동아트 스튜디오’. 미술가 심소영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방 한쪽에는 잠을 잘 수 있는 다락방까지 붙어 있다. 지난 7월 이곳에 둥지를 튼 심씨는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고 생활해 온 ‘대구 토박이’이다.

작가 심소영씨가 한옥마을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관람객들에게 ‘그림자 꺼내기’라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동아트 스튜디오 제공]

심씨는 “영·호남 교류전 등에 참가하면서 따뜻한 인심과 안온한 분위기에 반해 전주서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며 “꿈꾸던 곳에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심씨가 전주 한옥마을에 작업실을 마련하게 된 것은 ‘레지던스 프로그램(Artist in Residence)’ 덕분이다. 레지던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전북도 등이 공동후원하는 창작공간 지원사업으로 지방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시행 중이다.

이곳 교통 스튜디오에는 심씨 외에도 이행순(서울)·탁영환(전주)·김재경(대구)씨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올 연말까지 6개월간 작업실과 숙식을 제공한다. 매달 50만원씩의 창작 지원금을 주고, 전시회도 열어 준다. 작가들은 창작 활동과 함께 지역 주민·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지난 13일에는 전주·군산 등서 활동하는 미술인들을 초청해 작가 자신과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나를 말한다’ 시간을 가졌다. 8월 한 달 간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기·이론 수업을 병행하는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작품활동 틈틈히 전북지역의 대학·고교 등을 찾아가 미술전공 학생들과 창작 노하우와 에피소드를 함께 나누는 기회도 마련한다.

다음 달에는 전북·서울을 돌면서 순회 교류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10월에는 창작품과 그 산고의 고통과 흔적이 담긴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행사도 연다. 일반인들에게 작가의 산실을 보여줘 외부와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자는 뜻에서 마련하는 이벤트다.

김완순 교동아트센터 관장은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작가들의 예술적 작품과 기량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제한된 사고의 틀을 깨는 참신한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매일 200~3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한옥마을의 명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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