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은 독수리상 노무현은 시라소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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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위엄있으면서도 맑은 독수리나 매의 얼굴이다. 얼마 전 불거진 호화빌라 문제도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독수리의 속성이 나타난 것이고 감사원장이나 대선후보가 된 것도 밑에서 올라가지 않고 공중에서 날아 내려온 것이 독수리를 닮았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집중력이 뛰어나고 싸움을 즐기는 시라소니 관상이다. 독립 독행형으로 부산에서 홀로 DJ깃발을 들고 출마하거나 고졸 학력을 가지고도 기죽지 않고 굽실거리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 온 것이 딱 시라소니상이다."

다음달 19일 대선 투표일을 앞두고 출간된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생각의나무 발행)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관상은 제왕학'이라며 주요 후보들의 관상을 논한 내용이 담겨서다.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인 조용헌(41)씨는 "명리학은 사람의 운명을 다루는 학문"이라며 지금은 천대를 받고 있는 명리학에 '학문적 시민권'을 찾아줘야 한다는 독특한 주장을 펴는 불교학 박사다.

지난 15년간 한·중·일의 6백여 사찰·암자를 답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인이사를 만나 '이면문화'사를 정리한 것이 이 책인데 관심이 가는 대선후보 관상 부분은 정통 술사의 맥을 이었다는 전주의 황산 신판명(申判明·51)씨의 말을 옮긴 것이다.

신씨는 우선 대통령의 관상은 국운과 관계있다며 화기(火氣)가 많은 DJ임기 중 강원도 고성 산불 등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랐고 '물태우'라 불린 노태우 대통령 때 70년 만에 한강 둑이 터지는 대규모 수재가 있었던 사실을 지적했다.

관상을 보는 법은 동물형태에 비유해 보는 금수형(禽獸形)법, 오행법, 주역법이 있다는데 그는 "이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대니 대선후보의 관상을 지면으로 발표해도 괜찮다"는 조교수의 부추김에 따라 각 대선후보들(저술 당시 기준으로 정몽준씨 포함)의 관상을 보고 천기(天機)를 털어놨다.

독수리상인 이후보는 말년에 해당하는 하관의 형태가 원숭이 모양이다. 만일 얼굴 전체가 독수리같았다면 지난 번 선거에서 틀림없이 대권을 잡았을 거란다. 원숭이상은 지혜가 뛰어나다고 한다. 이후보의 입이 원숭이 입과 비슷하다는 얘기는 말년에 그의 행보가 어떠해야 하는지 시사한다는 설명이다.신씨에 따르면 본인이 부지런히 노력하고 공을 들여 국민을 위해 열매도 따주고 재롱도 떨어야한다. 지금까지 독수리처럼 인생 행로가 순조로웠지만 대권을 잡으려면 밑으로 내려와 불우이웃과 소외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신씨는 밝혔다.

노후보의 경우 '현침문'(懸針紋:바늘 모양의 문양을 뜻하는 관상용어)이라 불리는 이마의 주름살이 그의 고집과 신념을 말해 주며 일제시대 나라가 망하자 눈 내리는 만주벌판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운동 하던 김좌진이나 이청천 장군을 연상케 한단다. 또한 광대뼈 부근의 협골이 발달된 것은 반항아나 혁명가의 기질이 강해 예전같으면 반란 지도자상으로 해석했으나 아래로부터의 지지를 받아야 지도자가 되는 민주시대엔 잘 다듬으면 한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상이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이와 관련, "그려려면 홀로 있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신독(愼獨)수련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필요할 때만 공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는 절벽 위의 산양(山羊)상이라고 한다. 자신을 희생하며 대중을 위해 희생과 고생을 감수하는 형태라는데 고생을 많이 한다고 멸종되는 것은 아니며 국민들이 끝까지 보호해 줄 것이라고 점쳤다. 이한동씨는 힘과 기백이 느껴지는 사자의 상으로 관형만 놓고 본다면 가장 위풍있는 지도자의 모습이나 '동물원'에 너무 오래 있었다고 안타까워하며 야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대선가도에서 발을 뺀 정몽준씨는 '아프리카 초원을 누비는 얼룩말'상이라며 세(勢)만 형성한다면 세계화 시대의 지도자이니 한국 실정에 맞추기 위해 논어 등 고전을 읽을 것을 권했다.

그러나 신씨는 노력과 의지로써 마음을 바구면 변상(變相)이 가능하다고 여운을 남기면서 대권을 잡을 사람은 자신의 말로 미루어 짐작하라며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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