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성근 감독 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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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승부사' 김성근(60·사진) 감독이 전격 해임됐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23일 "내년 시즌 운영과 관련한 김감독의 일방적인 요구는 구단의 존재 및 실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판단해 부득이 유감스러운 결정을 내렸다"며 김감독 해임을 발표했다. 김감독은 내년 코칭스태프 인선을 둘러싸고 구단 수뇌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감독은 올 시즌 하위권으로 평가됐던 LG를 일약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끌었고 삼성과의 시리즈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중도 하차하게 됐다. 지난해 5월 사령탑에 오른 김감독은 지난해 말 2년 계약을 체결, 내년 시즌까지 계약기간이 남아있었다.

LG 스포츠단 어윤태 사장은 시즌 중에도 "김성근 야구는 LG가 추구하는 야구가 아니다"고 말했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에도 "김감독이 잘 해서가 아니라 잠재해 있던 LG 선수들의 힘이 폭발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김감독의 지도 성향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감독은 "구단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를 처음부터 못마땅해 했다"며 자신의 경질은 예정됐던 절차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먼저 사의를 밝혔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지난해 겨울부터 피땀흘려 맺은 결실이 이런 식으로 돌아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씁쓸해 했다.

어윤태 사장은 "좋은 성적을 거둔 벤치와 화목한 결말을 보이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아픔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LG는 이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하고 팀 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이광환(54) 전 한화 감독이 유력하다. 이광환 감독은 1992년부터 96년까지 LG 감독을 지냈고 당시 단장이었던 어윤태 사장과 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한편 김성근 감독의 해임 사실이 알려진 뒤 LG 구단 홈페이지의 게시판 '쌍둥이 마당'에는 24일 오후 현재 1천여건의 항의성 글이 올라올 정도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쌍둥이 마당'에는 구단의 해임 결정을 비난하는 '김성근 감독 유임 릴레이'가 진행 중이며,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 다음카페 내 LG트윈스 홈페이지 등에도 구단의 결정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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