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마이너스 옵션' 없던 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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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21일 양준혁에게 적용하려던 '마이너스 옵션'을 올해에 한해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양준혁이 올시즌 50타점으로 계약조건(60타점)에 못미쳐 1억원을 반납해야 하나 팀내 최고참으로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한 점을 감안, 이번에는 옵션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언뜻 삼성의 관대하고 대범한 조치로 볼 수도 있는 이 결정은 그러나 작게는 팀내 규율을 해치고, 크게는 프로야구판 전체의 질서를 깨뜨릴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자유계약선수(FA)였던 양준혁과 4년간 계약하면서 기본연봉(3억3천만원)과 플러스 옵션(4억원) 외에 ▶규정타석 미달시 5천만원 반납▶한시즌 90경기 미만 출장, 시즌타율 0.270 미만, 시즌타점 60타점 미만시 1억원 반납 등에 합의했다.

당시 삼성은 "FA 선수들이 거액을 받고도 몸값을 못하는 수가 많아 구단으로선 최소한의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며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마이너스 옵션 계약을 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에도 "받을 것은 받는다. 원칙은 지킨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공언은 불과 며칠 사이에 식언(食言)이 되고 말았다. 양준혁은 19일 1억원 가량의 우승 보너스를 받았다. 한국시리즈 타율 5할(10타수5안타) 등 팀 우승에 기여한 공로는 이미 보상받은 것이다.

프로란 무엇인가. 성적에 따라 평가받는 정정당당함이다. 하나의 예외는 또 다른 변칙을 부를 뿐이다. 이번 삼성 구단의 결정으로 '우승만 하면' 계약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프로야구판에 퍼질지도 모르겠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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