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으로 가는 길'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증시가 파죽지세로 쾌속 질주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효과'로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이 다시 매수 표적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동안 관망하고 있던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벌써부터 종합주가지수 1000, 코스닥 지수 500 돌파를 거론하며 술렁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신중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지수 1000을 바라보는 길목에서 시장의 향방을 가를 3대 관심사를 점검했다.

*** IT주 부활하나

"더 이상 나쁠 것 없다" 가격 회복 시점 미지수

연초 장세가 고속 질주하게 된 동력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IT)업종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7% 절상되는 상황에서도 1조8000억원대의 순익을 올렸다.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의 실적보다 더 주목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밝힌 반도체.LCD 산업의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달여전 40만원까지 내려갔던 삼성전자 주가는 17일 49만2500원으로 50만원 문턱에 다다랐다. LG필립스LCD는 14%, 하이닉스도 6% 올랐다. 또 이같은 흐름은 삼성.LG전자 납품 업체들이 많은 코스닥시장의 활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가 모든 IT 기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4분기 영업 손실을 낸 삼성전기는 이날 거래소에서 461개 종목이 오르는 가운데에서도 0.7% 하락했고, 삼성SDI도 0.4% 오르는데 그쳤다. 민후식 동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주가는 향후 IT 경기에 대한 전망이 미리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제품 가격 회복이 2분기에 가서 확인되면 주가가 다시 재편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 여건이 관건

하반기 경기 회복 징후 살펴야

아무리 수급이 좋아도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좋아지지 않으면 주가는 거품이 될 수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 주가는 경기회복을 미리 반영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경기가 하반기엔 좋아질 것이라고들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수급이 좋은 상황에서 상승 탄력을 받아 지수가 연중 1000을 넘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말과 현재 시점을 비교할 때 경제 여건에 특별한 변화가 없기 때문에 단기 수직 상승은 부담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지난해 고점이었던 940~950선에서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임춘수 삼성증권 상무는 "일단 삼성전자 실적에 투자자들이 고무됐지만 이달 중 다른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나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실적과 분석에 근거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종합주가지수 최고치를 980으로 전망하고 있다.

*** 외국인 돌아오나

지난 주부터 적극 매수 미국 금리인상이 변수

지난해 4분기 이후 증시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이끌고 외국인은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주 말부터 외국인들이 다시 장세의 전면에 복귀했다.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14일 1913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17일 3277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말 아시아 시장 가운데 대만과 인도에 몰렸던 외국인 매수가 올들어서는 한국 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 온 적립식펀드 바람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도 증시로 몰려들면서 오랫동안 지속된 증시의 돈 가뭄이 해갈되는 모습이다. 고객 예탁금도 10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지분율이 이미 40%를 넘어선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수세로 기대 지수가 1000고지에 도달하기는 힘겨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대폭 줄어든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60%선에 이르면 외국인의 '사자' 주문이 일단락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춘수 삼성증권 상무는 "국내적으로 수급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돈을 넣을지는 미지수"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등을 감안할 때 국제 자금의 큰 흐름은 미국시장으로 환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