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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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밤에는 들려 온다, 여지껏 들어 본 적이 없는 소리가,

알라 신(神)의 백번 째 이름이,

모짜르트가 죽을 때,

미처 악보에 적어넣지 못한 팀파니의 소리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귄터 아이히(1907∼72)'밤에는' 전문

알라의 이름 1백개 가운데 99개는 알려져 있다고 한다. 신앙이 깊은 경지에 도달한 신도에게는 1백번째 이름이 들려올 수도 있지만,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미완성 진혼곡 가운데 팀파니의 음표가 제대로 표시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추측해서 보완할 수 있을 뿐, 원전을 복원할 수는 없다. 요즘 태교음악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어머니의 뱃속에서 무슨 소린가 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불립문자(不立文字),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영역을 언어로 표현해보려는 무리한 짓을 시인들은 되풀이한다.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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