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자기앞수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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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자기앞수표를 발행, 취급하는 데 금융기관들이 연간 6천억원이나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발행된 자기앞수표는 모두 7억5천3백만장이었으며, 이를 발행·보관·결제하는 데 쓴 돈은 장당 3백70원꼴인 2천8백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연간으로는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금액별 발행 규모는 10만원짜리 정액권이 6억1천8백만장으로 80% 이상을 차지했다. 1백만원권은 9천9백만장, 50만원권은 9백만장, 비정액권은 2천4백만장이 발행됐다.

특히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10만원권 수표의 사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10만원권은 하루 평균 4백24만장이 발행돼 1999년보다 29% 늘어났다. 그러나 10만원권 수표의 유통기간은 7.9일에 불과했다. 1백만원권은 5.5일, 50만원권은 5.1일, 비정액권은 2.9일로 수명이 더 짧았다.

은행들은 수표발행 때 수수료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발행 비용과 인건비, 보관비 등 때문에 10만원권 수표 영업에서 올 상반기에 총 1천2백77억원, 장당 2백7원의 손해를 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0만원권 지폐가 나오면 창구 일손을 덜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81%가 고액권 발행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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