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는 국가의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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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이공계 지원자 급감현상은 통계로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수학능력시험의 이공계 지원자의 경우 1998년 37만5천명에서 지난해 19만8천명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같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현재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위기 불감증'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결과는 2010년 이후부터 국가 산업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으로 나타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이와 관련, 최근에는 각종 이공계 지원대책이 발표되긴 했으나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입장이다. 저자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우선은 과학기술 분야의 어려움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과학기술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세계 기술과의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또 과학기술은 발전속도가 빨라 불과 10년이면 가장 촉망받는 분야의 기술자들이 전혀 불필요한 인력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일하려면 긴장의 연속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이처럼 하루 24시간을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초긴장 상태로 살아가는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나 사회적인 대접은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저자가 제시한 대졸 졸업자의 초임연봉을 보면 금융분야로 진출한 상경계에 비해 이공계의 연봉은 1천만원 정도가 작다. 또 박사급 연구자의 경우도 상경계 출신이나 변호사·의사 등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고위직이나 기업의 CEO 중에 이공계 출신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와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 그래도 본인을 포함한 많은 한국의 과학기술자는 '묵묵히 연구실을 지키고 있다'고 끝맺는다.

신혜경 전문기자 hk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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