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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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 가 보고서야 알았다

-안도현(1961∼) '간격' 전문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러한 간격이 있다.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얽히고설켜 있어도 서로 닿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공자(孔子)는 예(禮)라고 가르쳤다. 예의를 모르는 제자들을 무한히 포용하는 나무와 숲은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다.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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