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0일 세계과학의 날]"과학과 대중 사이 거리 좁힐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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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과학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필수입니다. "

한국과학문화재단과 함께 '세계 과학의 날' 한국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김여수(66)사무총장. 그는 "과학과 시민 사이의 벽을 어떻게 줄일까 하는 것에 행사의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특별 학술회의를 마련해 언론이 과학 전파에 적극 나서게 하는 방법과 과학 문화 확산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이 바로 '시민과학'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학에 대중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은 경제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정부와 일부 계층이 주도해 오직 빠른 성장만을 추구할 때는 소득분배·복지 등에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시민들이 의식을 갖고 경제에 대한 시민 여론을 형성하면서 이런 문제는 사라졌습니다. 과학의 그릇된 이용, 과학의 윤리 문제도 시민의 힘으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

그는 영국에서 20년간 전국가적인 논의를 거쳐 줄기세포·배아복제 연구 등에 대해 사회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모범적인 예로 들었다.

"1980년대 초 영국에서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을 때부터 영국에서는 생명윤리 논란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공청회·토론회가 열리고 과학·철학 보고서들이 나왔으며, 이는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첨단 생명과학을 이해하게 됐고, 지금은 확고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배아복제 연구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

金사무총장은 "영국의 결론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라는 것은 아니다"면서 "단지 현대 생명과학을 시민들이 이해하게 되고, 합의를 이뤄낸 과정은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구에서 '지성인'이라는 것은 대중에게 첨단 과학을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과학자들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면서 "우리나라의 과학자들도 시민들과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갖고, 그들이 과학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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