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면 스톱워치 고장일 듯

중앙일보

입력

헬스코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박완기씨가 병원을 방문했다. 며칠 전 회사에서 혈압을 재었는데 이상하게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날씬한 체형에 담배도 피지 않는 박씨는 내원하여 30분을 앉아서 기다린 다음에 잰 혈압에서 145/98mmHg이 나왔다. 다음에 다시 재보아야 하지만 이정도면 고혈압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박씨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분 모두 고혈압이었다며 굉장히 곤두선 반응이었다. 아직 나이가 30대 후반인데 벌써부터 고혈압이면 곤란하다고 자신의 처지에 대해 연신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머리를 많이 쓰는 IT기업의 과장인 박씨는 전형적인 Type A 성격 이었다. 타입 A 성격은 관상동맥 심장병에 잘 걸리는 성격으로 너무 열심히 일하고 경쟁적인 성격을 가리킨다. 그들이 전형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지고는 못살아(경쟁성), 쉽게 화를 낸다(적대감과 분노), 완벽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다(과도한 성취욕구), 시간에 쫓기는 느낌(시간 강박증)인데 박씨는 놀랍게도 네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아래 타입 A 성격검사를 실시하였다.

24점이 넘으면 타입 A에 해당되는데 박씨는 30점이 나와 전형적인 타입 A 성격이었다. 그는 혈압을 잴 때에도 지나치게 긴장하는 편이었다. 생각중지훈련을 10분 시킨후 열 번 연속 혈압을 재게 하면서 혈압에 대한 민감성을 떨어뜨리는 혈압둔감화 훈련 등을 수행하고 난 후 혈압을 재어보니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 모두 10mmHg정도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 박씨에게 영양평가에서 높게 나타난 소금섭취를 적게 하도록 싱거운 입맛 만들기 처방을 내림과 동시에 하루 20분 유산소운동을 처방하였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성격둔감화 훈련을 실시하였다.'

성격둔감화 훈련 방법 TIP
▶ 양치는 3분 이상 닦기, 머리 조금 더 천천히 감기.
허겁지겁 이를 닦거나 머리를 감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 둘을 모두 건강을 챙기는 소중한 일상사이다. 몇 분 더 시간을 들이고 느긋하게 행하는 것이 해로울 게 없다. 급하지 않아서 좋을뿐더러 즐거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 지하철, 버스를 일부러 한 대 보내라.
성격적인 조급증을 고치는 데 즉효가 있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몇 번 불편한 느낌이 들어도, 남들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산다는 만족을 깨달을 쯤엔 이만한 유쾌한 습관도 없다.
▶ 줄 서서 천천히 기다리기.
일부러 더 긴 줄을 택하고 마음에 조급함이 생기지 않도록 다스린다. 조급한 성격을 고치는 데 안성맞춤 실행법이다.
▶ 차, 급한 사람에게 양보하기.
택시, 지하철, 버스를 탈 때 급해 보이는 옆 사람에게 한 번 양보하라. 타인에게 베풀었다는 여유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뿐더러 솟구치는 화를 참는 좋은 방법이다.

박씨가 한달 후 내원했을때 그의 혈압은 128/85mmHg으로 고혈압 전단계로 내려앉아있었다.현대의 리듬은 몸의 생체리듬보다 빠르게 디자인되어 있다. 건강하게 오래살기 위해서는 현대적 생활리듬을 거스르는 내안의 스톱워치가 있어야 한다. 너무 급하다 싶을 때, 감정이 들끓는다고 느낄 때, 일에 너무 빠졌다 싶을 때, 중요한 것을 상실하고 있다 느낄 때 과감하게 내안의 스톱워치를 누를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여행을 하고 산책을 가고, 운동을 즐기고,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의 몸의 리듬에 충실한 일을 행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결과가 아닌 하루하루의 삶의 과정에 조금 더 집중하기 바란다. 인생의 시계를 조금 느리게 가게 다시 맞추라.

조그만 삶의 여유가 9988로 가는 가장 안전하고도 신속한 급행열차임을 잊지 말기를.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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