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생각난다" 70년대 인사동, 50년대 청계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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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유양옥씨의 '… 서울 이야기'는 1970년대 서울 인사동의 '리리다방'(上)등 흘러간 시절을 불러내고, 김성환씨의 '… 판자촌 이야기'는 50~60년대 청계천변의 서민생활을 증언한다.

달걀 노른자를 띄운 이른바 '모닝 커피'를 앞에 놓은 손님은 구석에 앉았는데 한복 입은 주인마담이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 벌쭉 웃고 있다. 지금도 서울 인사동의 터줏대감으로 손꼽히는 고서점 통문관 옆에서 1970년대에 동네 복덕방 구실을 하던'리리다방'풍경이다. 골동상.화랑주인.책장수 등 단골손님을 호령하던 여장부같던 마담은 세월 따라 사라지고 다방도 없어졌다. 인사동을 손바닥처럼 꿰고 찬 화가 유양옥(61)씨는 그 시절 그 인심을 그림으로 돌아보며 썼다. "돌이켜 보면 다 추억이고 그리움인 그 시절의 건축물과 문화유적들은 70년대 경제성장과 개발에 밀려 대부분 헐리게 되었다. 해방이 되어 지금까지 옛 서울을 잘 보존하여 관광자원으로 삼았다면…."

유양옥씨가 그리고 글을 붙인 아트 다이어리 '그림으로 보는 서울 이야기'(서울문화재단 펴냄)는 이렇게 지난 50여 년 서울살이의 변천을 구수하게 풀어내고 있다. 흙길에 개천이 흐르던 1950년대 관훈동 수도약방 네거리, 수운회관 왼쪽 길가에 있던 문화극장에 걸린 '임춘앵 국극단' 공연과 영화'자유부인' 간판, 지팡이로 지나가던 여학생 교복 치마를 들추던 이당 김은호의 장난기, 어깨에 그릇을 수십 그릇씩 메고 배달가는 종로 냉면집 배달꾼 등 세월의 무게가 묵직한 풍속.인물 이야기가 유씨의 민화풍 수더분한 그림결 속에 펼쳐진다. 02-3789-2137.

같은 풍물지지만 '고바우 김성환의 판자촌 이야기'(열림원 펴냄)는 한국전쟁 언저리의 청계천변을 주로 훑고 있다.'고바우 영감'으로 낯익은 시사만화가 김성환(73)씨는 지난 몇 년새 풍속화가로도 널리 알려졌는데 그 솜씨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모두가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그때 그 시절의 청계천 풍속화'라는 부제 그대로다. 신문지를 잘게 잘라 변소용 휴지로 쓰던 일화부터 혀에 살살 녹던 '아이스케키'의 추억과 전차 종점의 로맨스까지 시시콜콜한 서민생활의 향수가 물씬 풍긴다. 김씨는 "'절대 빈곤 시대의 판자촌'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우린 이렇게 살아왔다'는 증거물로 젊은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다"고 했다. 031-955-4713.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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