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민심 때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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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완구(李完九·청양-홍성)·전용학(田溶鶴·천안갑) 두 충청권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옮긴 가장 큰 이유는 지역구 민심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각기 JP(자민련 金鍾泌총재)의 급격한 퇴조와 현 정권에 대한 냉담한 반응 때문에 오래 전부터 거취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5대 때 신한국당 공천으로 정계에 입문했던 李의원은 올 초부터 줄곧 한나라당 영입설이 나돌았다. 지난달 추석 직전엔 한나라당 김용환(金龍煥)·강창희(姜昌熙)의원과 구체적 입당 날짜까지 논의한 적이 있다. 다만 한나라당 현역 지구당위원장인 홍문표(洪文杓) 제2사무부총장과의 지구당 정리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었다.

그래서 한나라당 내에선 李의원이 17대 총선 출마를 포기하는 내용의 사신(私信)을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게 전달했고, 대신 차기 충남도지사 공천 배려를 약속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심대평(沈大平) 현 충남지사가 17대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다.

李의원은 이런 소문을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지역구 문제에 연연하지 않고 대선 승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반면 이인제(李仁濟)계로 분류되던 田의원의 경우는 다소 뜻밖이다. 민주당 대변인직을 역임한 데다 최근까지도 후보단일화 그룹의 멤버로 활동해온 때문이다. 지난 7일엔 이한동(李漢東)의원 대선 출정식에도 참석했었다.

이인제 의원도 田의원의 한나라당행을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田의원은 "민주당이 통합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이젠 무망해졌다"며 "당적을 옮기는 데 많은 번민과 고뇌가 있었다"고 입당의 변을 밝혔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한달 전부터 서울대 법대 선배인 김용환 의원이 田의원과 꾸준히 접촉해 입당의사를 받아냈으며, 강창희 의원이 나서 이완구 의원 쪽과 입당 날짜를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田의원 지역구의 경쟁자였던 성무용(成武鏞) 전 의원을 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내보내면서 지구당 문제를 정리한 것도 입당을 재촉한 요인이 됐다.

김정하·서승욱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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