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편집 음반 반드시 근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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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친구나 연인에게 줄 선물용으로, 혹은 혼자서 듣기 위해 레코드 가게에 애청곡만 골라 편집 테이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본 이들이 적지 않을 게다. 요즘은 인터넷 MP3파일을 이용해 스스로 편집 음반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흔히 '컴필레이션 음반'이라 부르는 편집 음반을 음반사에서 제작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무분별한 편집 음반의 제작·배포에 제동이 걸린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음반을 복제·배포하는 행위는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1999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M사를 상대로 저작권침해 정지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지 3년 반 만에 법원이 원고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음악저작권협회는 작사·작곡자로부터 신탁계약을 해 이들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대중음악 시장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음악저작권협회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불법적으로 제작된 편집 음반에 대해 저작권료를 소급해 거둬들일 뿐 아니라 앞으로 이와 유사한 불법 행위도 근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건 회장은 "편집 음반의 무단 제작은 4천여 회원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신보 음반의 판매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편집 음반은 44개 음반사의 2백여종. 특히 배우 이미연을 표지 모델로 한 '연가'는 지난해 최다 판매량(한국음반산업협회 집계 1백68만8천1백29장)을 기록했다.

이 밖에 배우 이영애를 내세운 '애수', 유오성·장동건 등 유명 남자 배우를 모델로 쓴 '동감', 월드컵 축구 스타를 앞세운 '히어로' 등의 편집 음반이 최근 인기를 끌었다. 음반 소매가격의 7% 정도되는 저작권 사용료율을 적용할 경우 협회가 당장 거둬들일 수 있는 금액이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선호 변호사는 "음반사가 협회는 물론 저작 인접권자(가수나 연주자)와도 구체적으로 계약하지 않고 자사가 보유 중인 음반의 수록곡을 발췌·재구성해 '베스트 음반'등으로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수 기자

newsla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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