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보고'누구 말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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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해교전 직전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경고한 5679부대 정보보고서의 항목 삭제 및 대북 통신감청을 통해 입수한 SI 누락 파문을 놓고 관련자들이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

국방부 특별조사단에 의한 '진실 찾기'가 끝나야 최종 확인이 되겠지만,한철용(韓哲鏞·육사 26기·소장) 전 5679 부대장의 폭로처럼 군 수뇌부가 의도를 갖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축소·은폐한 것으로 드러나면 심각한 파문이 예상된다.

◇삭제 지시 있었나=김동신(金東信)전 국방부 장관은 5679부대가 지난 6월 13일 작성한 북한의 북방한계선(NLL)침범 의도를 분석한 정보보고서에서 두개 항목이 삭제된 것과 관련, "삭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연이은 NLL 침범 의도와 관련해 단순 침범 가능성과 함께 모두 네가지의 가능성을 보고해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는다는 얘기냐면서 정보본부에서 확실하게 정리해 다시 보고하라고 질책한 바는 있으나 내용의 수정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게 金전장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韓소장의 주장은 金전장관 설명과 정반대다.

金전장관이 5679부대가 올린 정보 판단 중 둘째와 셋째 항목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내용을 밝히는 경위서를 5679부대 尹모 대령에게서 받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느닷없이 폭로 파문의 한복판에 놓이게 된 尹대령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가 있은지 한달여쯤 지난 7월 18일 (한철용)부대장의 지시로 경위서를 작성했으며 기억이 나는 범위에서는 경위서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한편 金전장관에게 직접 5679부대의 정보보고서를 들고 가 보고해 '진실 게임'의 키를 쥐고 있는 정형진(丁亨鎭·준장)합참 정보본부 정보융합실장의 설명은 다르다.

지난 4일 국감 때 丁실장은 "국방부 장관이 삭제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경위서가 공개된 6일 저녁에는 "(국방부 장관의)삭제 지시가 있었는지는 국방부 특별조사단에 정확히 밝히겠다"면서 즉각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金전장관이 햇볕정책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보고서를 읽고 丁실장을 강력히 질책하자 사단장 진급을 목전에 둔 丁실장이 장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장관을 거론하며 尹대령에게 삭제 지시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정적 내용의 SI 묵살했나=항목 삭제보다 정보본부의 일일정보보고서(블랙 북)에 5679부대가 6월 13일과 27일 보고한 SI가 누락된 게 더 큰 문제라고 韓소장은 지적했다.

특히 그는 "북한군 상부의 교신 내용을 감청한 6월 27일 SI는 북한군이 종전과 다른 양상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 SI가 채택됐으면 6·29 서해교전을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5679부대의 SI 중 결정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없어 영상정보 등 다른 중요 정보를 집어넣기 위해 뺀 것"이라며 "오히려 6월 27일 5679부대가 결정적 첩보를 입수하고도 보고하지 않고 누락시켰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 韓소장은 "27일 SI는 모두 3개인데, 그 중 2개는 일선 작전부대에서 받아봤을 경우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불확실한 것이어서 보고서에서 뺐다"면서 "보고서에 들어간 SI는 누가 봐도 북한의 무력 침범 의도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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