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업을 꿈꾸는가 '人材전쟁' 서 이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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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레스 웩스너는 1963년부터 '더 리미티드'란 여성옷 가게를 시작해 '빅토리아 시크리트' 등 유명 브랜드를 키워 소매 분야의 걸출한 인물로 통해왔다. 그러나 90년대 초반부터 더 리미티드의 수익은 바닥을 치고 주가는 내리막이었다. 웩스너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펩시콜라의 웨인 캘러웨이를 만나 그들에게 경영 방식을 물었다.

웩스너가 하루에 두번 확인하는 영업매출을 그들은 한달에 한두번 확인하고 있었다. 새로운 광고 검토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꿀벌처럼 열심히 일한 웩스너와 달리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고, 특정 직위에 적합한 인물을 선별하고, 젊은 인재를 훈련시키고, 글로벌 관리자를 키우고, 성과 미달자 문제를 처리하고, 전체 인재풀을 검토하는 것"이라는 게 이구동성이었다. 거대기업의 살림살이를 일일이 챙기려 했던 웩스너와 능력있는 관리자를 키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웰치의 효율성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60년대 포지셔닝 개념과 함께 벌어지던 마케팅 전쟁, 6시그마 운동으로 대표되는 80년대 품질전쟁은 인재 전쟁으로 자리를 옮겼다. 투자은행·컨설팅 업체들까지 인력을 닷컴 기업에게 빼앗기던 90년대 말 인재전쟁은 극에 달했다. 연봉과 스톡옵션 등 몸값이 치솟았다. 지금은 닷컴 버블이 꺼지고 불경기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인재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능력있는 소수를 차지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저자들은 당장 농구 선수 한명이 필요해졌다고 마이클 조던이 때마침 와주겠느냐고 묻는다. 기업 경영자라면 사내에서 조던같은 인물을 키우고 조던이 외부에 있다면 그와 네트워크를 마련해 알맞은 때 데려올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컨설팅사 매킨지에 '인재전쟁 부문'이란 파트를 만들고 30여개 기업의 인재 관련 문제를 상담해온 저자 마이클스는 인재전쟁에서 유념할 사항들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인재관리에 마케팅만큼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라▶이제는 기업이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인재가 기업을 선택한다▶조직의 관리자들에게 인재를 키우는 의무를 지워라▶직원들을 평등하게 관찰하되 보상은 차별적으로 하라 등을 꼽고 있다. 쉽게 실천할 수 있을 듯한 항목들이지만 조직 상하 리더들이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그리고 조직원들이 수긍할 합리적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마이클스는 다른 프로젝트보다 기업들의 협조가 쉬웠다고 한다. 인재 전략을 검토해보자는 마이클스의 제안에 기업들이 반색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이 책을 거론하며 "기업 미래를 위해 유능한 인재를 붙잡아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만큼 기업들은 이 문제를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

책에서 거론되는 GE·더블클릭·홈데포가 인재 전략의 정답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회사보다 깊고 넓은 인재풀을 지닌 GE, "이 회사에서는 내가 원하는 어떤 방향으로도 직업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꿈을 준 더블클릭, 성과가 떨어지는 관리자에겐 좀더 쉬운 과제를 주어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그것에도 실패하면 과감히 퇴출시키는 홈데포 등 그들이 쌓아온 인재 전략 노하우는 매우 실용적이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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