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율미 아나운서 홍보인으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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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여자 나이 서른이 넘어 새 일에 도전한다는 게 쉽진 않은 일이죠. 지켜보는 눈이 많은 만큼 부담이 큰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입사 이래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 좋아요. 아나운서의 영역 확대라는 차원에서 아나운서 선·후배들도 환영하고 있어요."

이지적인 외모와 차분한 진행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MBC의 간판 아나운서 최율미(33)씨가 '홍보요원'으로 변신한다. 10년간 정들었던 아나운서실을 떠나 홍보심의국 홍보부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그는 18일 정식 발령을 받고 홍보부에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드라마 촬영장에도 나가고, 신문 기사도 체크했다.

정작 홍보부에서조차 깜짝 놀란 이런 '파격'은 본인의 희망에 따른 것이다. 그는 2년 전부터 "한번 다른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혀왔다. 마침 홍보를 강화하려는 MBC의 전략과 맞아떨어졌다.

"나이가 들면 방송인으로서의 여성의 역할이 조금씩 축소되죠. 아나운서는 더욱 그래요. 이런 현실에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경험과 연륜을 살릴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고 싶었어요."

특히 다섯살배기 아들에게도 엄마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었다고 한다. 2년 넘게 주말 9시 뉴스를 진행하다 보니 아들과 주말을 같이 보낸 기억이 거의 없다는 게 그가 가장 안타까워 해온 대목이다.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아나운서계를 떠난 것은 아니다. 홍보부로 온 것은 변신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라고 한다. 이 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며 여운을 남긴다.

"너무 '전직'아나운서라는 부분에 큰 비중을 두지 마세요. 프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할테니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세요."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崔씨는 1992년 입사한 뒤 수습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앵커 자리에 앉은 경력이 있다. 그 후 지난 7월 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약 5년간 MBC 주말 '9시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다. 탤런트 최병학씨의 딸이기도 하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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