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리 소설 日서 출판금지 모델 사생활 침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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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柳美里·34·사진)씨의 소설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실존 인물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출판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일본 대법원은 소설의 모델인 30대 재일 한국인 여성이 柳씨 및 출판사인 신초샤(新潮社)를 상대로 낸 위자료(1천5백만엔) 및 출판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원래 柳씨의 친구였던 원고 측은 1994년 "柳씨가 나를 소설의 모델로 삼으면서 얼굴에 상처가 나있고 부친이 체포된 전력이 있다는 사실 등을 묘사해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柳씨는 재판과정에서 "소설은 픽션이며 독자가 등장인물과 실제 모델을 동일시하며 읽지는 않는다"고 반론해왔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가 있더라도 여성의 평온한 일상생활을 곤란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프라이버시 침해를 인정, 출판금지와 함께 1백30만엔(약 1천3백만원)을 배상하라고 柳씨 및 신쵸샤에 패소 판결을 내렸으며,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일본에서 소설이 실존 인물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출판금지 처분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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