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분노의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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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2국>
○·추쥔 8단 ●·쿵제 9단

제 7 보

제7보(82∼88)=“좌변이 무너지면 진다. 좌변을 키워야 한다”는 명제는 초반 포석이 끝났을 때부터 추쥔 8단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었다. 우상 일대에서의 추쥔의 전략은 모두 이 명제와 연관성이 있었다. 너무 집착했던 것일까. 좌변에 손상을 주지 않으려고 우변 대마를 미리 살아두려 했는데 놀랍게도 ‘아직 못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보에서 밝힌 것처럼 흑A, 백B, 흑C로 죽는다. 아직은 외곽이 터져 있어 당장 죽을 돌은 아니지만 이 때문에 백은 다리에 무거운 족쇄를 채우고 전쟁을 치러야 한다. 자유를 잃은 추쥔은 마음도 무겁다. 갈 길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래도 82로 키운다. 쿵제 9단은 시베리아처럼 하얗게 변해가는 좌변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한쪽 구석으로 살그머니 척후병을 보낸다(83). 추쥔은 고민한다. 좌변이 커지면 하변도 커진다(참고도). 게다가 이런 식으로 포위망이 쳐지면 우변이 진짜 죽을 수 있다. 84는 고통스러운 진로 변경. 그사이 흑이 85로 쑥 들어온다. 86은 중앙으로 진출한 흑의 배후를 노리면서 두터움을 강화한 수. 그러거나 말거나 쿵제는 87로 현금을 챙겨간다. 88에서 추쥔의 분노가 폭발했다. 잡을 테면 잡아라. 나는 중앙을 끊어(D) 사생결단하겠다고 외친다.

참고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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