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인라인타고'씽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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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라인 스케이트란=바퀴가 일렬로 된 스케이트를 말한다. 롤러블레이드·K2·살로몬 등은 인라인 스케이트의 상표 이름이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하는 하키·레이싱(경주)·어그레시브(묘기)·마라톤·댄스대회 등이 있다. 스케이트 가격은 1만원대에서 1백만원대까지, 초보자용에서 전문가용까지 다양하다. 일반인은 20만~30만원대면 충분하다.사고 예방을 위해 헬멧과 무릎·손목 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하는 게 좋다. 정지·달리기 방법 등에 대한 강습을 받거나 2주 정도 연습하면 즐길 수 있다.

회사원 박태상(31)씨는 3년 전부터 대구시 동구 신천동 집에서 회사가 입주해 있는 북구 산격동 경북대 벤처센터까지 4㎞를 인라인 스케이트(이하 인라인)를 타고 출퇴근한다.

반바지·T셔츠 차림에 헬멧과 무릎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도로를 누비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그는 "승용차로 출퇴근할 때와 비슷한 시간인 15분밖에 걸리지 않고 운동효과도 있어 인라인을 즐긴다"고 말했다.

朴씨 회사의 직원 9명 중 7명이 같은 인라인 동호회 회원이다. 그는 "수시로 함께 인라인을 즐기는 덕분에 직원들간 결속이 더 두터워졌다"고 자랑한다.

어린이들의 놀이기구로만 여겨져 왔던 인라인이 도시인들의 레포츠와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인기를 끌며 '인라인 열풍'이 불고 있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의 오용석(27)간사도 1999년 5월부터 동구 신천동 집에서 중구 삼덕동 사무실까지 5㎞를 인라인으로 출퇴근한다.

그는 대구에서 유일하게 국제인라인스케이트협회(IISA)가 주는 '레벨2'급의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인라인 매니어다.

인라인 열풍에는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신유진(30·회사원)씨는 지난 5월부터 무덥거나 비오는 날을 제외하곤 남구 대명5동의 회사에서 수성구 만촌1동 집까지 12~13㎞를 인라인으로 퇴근한다. 덕분에 50분 걸리던 퇴근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는 "헬멧을 쓰면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출근 때 인라인을 탈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춘옥(35·대구시 동구 방촌동)씨는 인라인을 레포츠로 즐기는 주부다.

수성구 대흥동 월드컵경기장 주변도로를 이틀에 한번꼴로 인라인으로 돈다. 그는 "2시간 정도 신나게 달리고 나면 온몸에 땀이 나고 기분도 상쾌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대구지역 주부 30여명은 인라인 동호회인 '생명의 거리를 꿈꾸는 어머니 모임'을 만들어 화·목요일 월드컵경기장이나 신천둔치 등을 누빈다.

대구지역 인라인 매니어는 4천~5천명으로 추정된다. 회원수가 1백명이 넘는 동호회만 4개,20~30명의 회원을 가진 동호회가 20여개, 대학동아리가 3~4개 된다. 상당수 회원들이 인라인으로 출퇴근하거나 등하교한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의 인라인클럽 '에어2030'의 회원 1백여명 중 30여명이 인라인을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에어2030은 매주 수·금요일에 모여 인라인을 즐기며, 수시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라인을 녹색교통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인다.

인라인 인구가 늘면서 월드컵경기장과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두류공원·경북대 등에서는 인라인을 즐기는 가족과 직장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차량 통행이 적은 데다 포장이 잘돼 있어 매끄럽고 적당한 경사를 갖춘 도로가 인라인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인라인 바람이 부는 것은 인라인이 가진 많은 장점 때문이다. 우선 재미있고 운동이 된다는 게 매니어들의 설명이다. 도로가 아니면 U자형인 하프파이프, 삼각형의 런치박스 등 기물(器物)을 타며 즐겨도 된다.

또 운동 효과가 조깅의 70% 수준이어서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제격이다.가족이 함께 여가 수단으로 즐길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스케이트를 배낭에 넣고 버스·택시를 타면 장거리 이동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동호회 회원들이 자주 여행을 즐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른 7백명으로 구성된 '라인맥스' 회장 권오경(37)씨는 "인라인을 타고 여행하면 차량 여행과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라인을 더욱 편리하게 즐기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있다.20대 이상 회원 4백90명으로 구성된 '익시온'의 박동규(26·회사원)씨는 "차도에서 인라인을 타고 있으면 인도를 이용하라는 경찰관과 종종 승강이를 벌인다"며 "지자체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듯 인라인을 즐길 수 있도록 도로 여건을 개선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익시온은 인라인으로 30~60㎞를 달리는 로드 런(Road Run)모임이다.

한편 인라인 매니어들은 인라인 바람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24일 '대구 인라인 동호연합회'를 결성할 예정이다.

글=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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