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쪽 총선' 치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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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30일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유혈사태로 총선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선거가 강행되더라도 수니파가 빠진 '반쪽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통성이 결여된 선거를 강행하기보다 연기하자는 주장이 임시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 대책 없는 폭력사태="병력을 어디에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망자 집계도 어려울 정도로 정신이 없다." 4일 아라비야 방송과 전화 인터뷰한 바그다드 고위 경찰간부의 말이다. 이라크 중북부 수니파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동시다발적 유혈사태 때문이다.

우선 이라크의 알리 하이다리 바그다드 주지사가 4일 바그다드 북부에서 암살됐다.

AP통신은 주지사가 자택을 떠나 알후리야에 도착했을 때 차 안에서 총에 맞아 즉사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피살된 최고위직 인사다.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저항단체는 주지사 암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바그다드 서부의 이라크 방위군 기지 바깥에서는 차량 폭탄이 터져 10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이에 앞서 3일에는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민족화합(INA) 당사 앞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했다.

◆ 수적으로도 열세=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저항세력의 대공세에 임시정부의 고위 관리는 '불가항력'이라고 설명했다. 무하마드 압둘라 샤흐와니 이라크 정보국장은 저항세력이 미국 주도 연합군 병력을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흐와니 국장은 "골수 전사만 최소 4만명이 넘고 적극 지지자까지 합치면 20만명에 이른다"고 3일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임시정부도 흔들리고 있다. 하짐 샤알란 이라크 국방장관은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3일 밝혔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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