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중·고교 국정 교과서도 現정부 치적 위주 서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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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년도 고교 2,3학년용 한국 근현대사 검정교과서의 전·현 정부에 대한 편향적 평가가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올해 배포된 국정 중·고 국사교과서도 현 정부에 대해 치적 위주로 서술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교과서는 민간출판사가 만드는 검정교과서와 달리 국가가 책임을 지고 사실상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스스로를 미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에 배포될 수정본 국사 교과서에는 현 정부에 대해 형평에 맞는 내용을 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긍정적 평가 내용들=7차 교육과정에 맞춰 새로 제작돼 올해 고교 1년생에게 처음 배포된 국사 교과서의 경우 3백53쪽 '민주주의의 발전'이란 부분에서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를 차례로 서술하고 있다.

전두환 정부는 '강압통치'를 한 정부로 평가했고 노태우 정부는 '북방외교 성과'와 '부정과 비리',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 등을 통한 부정부패 척결'과 '외환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 등의 표현으로 공과(功過)를 함께 지적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해서는 '외환위기 극복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천명했다''남북 간 평화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을 실현하고 남북 경제협력의 활성화와 이산가족 상봉을 실현하는 등 평화통일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중 2,3학년이 배우는 중학교 국사교과서에선 3백23쪽 '남북 간의 화해와 교류' 부분에서 현 정부의 공적을 열거하고 있다.

평화통일 기반 조성과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웠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성사시켰다는 것 등이다.

◇"내년도에 부분 수정 검토"=교육부 김만곤 교육과정정책과장은 31일 "이들 교과서가 집필된 시점은 2000년에서 2001년 사이로 각종 게이트 등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 전"이라고 해명했다.

金과장은 "교과서는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매년 부분적으로 수정을 하고 있는 만큼 내년도 수정본 국사교과서에는 집필 시점 이후에 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을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사교과서 저술 위탁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와 협의해 출판사에 내년도 교과서 인쇄 주문을 내는 시한인 10월 이전 수정 결제본 작성에 들어갈 방침이다.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국사교과서의 기술 대상에서 임기 중인 정부는 제외하는 등 역사 기술 시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교과서에 수록할 시기와 수록 내용 등 집필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라"고 촉구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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