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신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이문구(1941~2003) '신춘' 전문

1월의 딴 이름은

신춘(新春)이야.

소한 추위 대한 추위

다 들어 있는

엄동 설한

겨울도 한복판이지만

땅바닥의

작은 질경이 씨 하나

더 작은 채송화 씨 하나도

얼어 죽지 않았잖아.

새봄이 눈보라 속에

숨어 오기 때문이고

그래서 신춘이라

부르는 거야.



'관촌수필' '우리 동네' 등의 소설로 잘 알려진 고 이문구 선생은 '손자.손녀들에게 이 얘기만은 꼭 들려주고 싶어' 동시를 즐겨 써서 '개구쟁이 산복이'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 등 두 권의 동시집을 남겼다. 손자에게 말하는 자상한 어조로 돼 있는 이 동시에는 '눈보라 속에 숨어서 오는 새봄'이라는 말을 지어 그 뜻을 새기며 어려움을 이겨온 옛 사람들의 지혜와 정신을 꼭 알려주고 싶은 할아버지의 간곡한 마음이 담겨 있다.

김기택<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