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1941~2003) '신춘' 전문
1월의 딴 이름은
신춘(新春)이야.
소한 추위 대한 추위
다 들어 있는
엄동 설한
겨울도 한복판이지만
땅바닥의
작은 질경이 씨 하나
더 작은 채송화 씨 하나도
얼어 죽지 않았잖아.
새봄이 눈보라 속에
숨어 오기 때문이고
그래서 신춘이라
부르는 거야.
'관촌수필' '우리 동네' 등의 소설로 잘 알려진 고 이문구 선생은 '손자.손녀들에게 이 얘기만은 꼭 들려주고 싶어' 동시를 즐겨 써서 '개구쟁이 산복이'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 등 두 권의 동시집을 남겼다. 손자에게 말하는 자상한 어조로 돼 있는 이 동시에는 '눈보라 속에 숨어서 오는 새봄'이라는 말을 지어 그 뜻을 새기며 어려움을 이겨온 옛 사람들의 지혜와 정신을 꼭 알려주고 싶은 할아버지의 간곡한 마음이 담겨 있다.
김기택<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