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대국 이젠 끝인가 인터넷 바둑 유료화 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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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바둑이 '유료화'라는 대변혁을 맞이해 긴장상태에 접어들었다.

기원 대신 인터넷에 들어가 공짜로 이곳 저곳 구경다니며 대국도 하고 강좌도 듣고 프로들의 공식대회도 생중계로 감상하던 바둑팬들은 유료화 소식에 그간의 태평성대가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바둑 업체들은 "유료화가 업계도 살고 팬도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하면서도 팬들의 반응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료화에 가장 강력한 시동을 건 곳은 한국기원의 자회사라 할 수 있는 세계사이버기원(cyberoro.com)이다.

세계사이버기원은 오는 15일을 유료화의 D-데이로 정하고 이날 이후 접속하는 회원에겐 매달 3천~5천원의 요금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부분적인 유료화는 많았지만 세계사이버기원이 처음으로 전면 유료화를 선언한 것이다.

회원수 84만명에 동시접속자 수가 1만8천명인 세계사이버기원은 네오스톤(neostone.co.kr)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사이트.

그러나 모든 인터넷 바둑업체와 바둑 팬들은 세계사이버기원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기원의 온라인 사업을 총괄하는 이곳은 프로바둑대회의 기보 사용권을 갖고 있고 프로들의 주요 대국을 독점 생중계하는 등 그 파워와 잠재력이 막강하다.

사실상 인터넷 바둑업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이곳이 전면 유료화의 기치를 처음 내걸었기에 그 성공 여부는 모두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회원수 1백만명에 동시접속자 수 2만명인 네오스톤은 부분적이지만 한발 먼저 유료화에 나섰다. 지난 5월부터 평생회원(회비 50만원)을 모집, 수백명을 확보했고 10일부터는 무료회원에 대해 서비스 제한을 가하고 아이템 사용권을 판매하는 형태로 유료화를 단행했다. 이미 수천명의 회원이 예약신청에 참가했다는 소식이다.

넷바둑(netbaduk.com)은 인터넷바둑 보급단계인 1998년부터 유료화를 시도한 업체다.'엠게임'회원 중 1백30만명이 이용하는 이 사이트는 현재 부분적 유료화로 우회한 상태지만 모기업인 바둑TV와 위즈게이트의 배경을 업고 언제라도 전면 유료화에 뛰어들 채비를 갖춘 상태다.

유니텔을 기반으로 한 조이바둑(joybaduk.com)과 고급자가 많은 대쉬바둑(dashn.com)도 1년전부터 월 1만원의 유료회원을, 이보다 훨씬 싼 바둑월드(badukworld.net)는 연 1만원으로 회원을 모집해왔다. 그러나 두 사이트 모두 무료회원도 받고 있는 어정쩡한 형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게임부분인 한게임바둑(hangame.naver.com), 조훈현9단 등이 참여한 타이젬(tygem.com), 권갑룡도장이 가세한 라이브바둑(livebaduk.com) 등 후발 업체들도 부지런히 회원을 늘리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유료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선발업체의 유료화는 인터넷바둑 업계의 재편을 불러올지 모른다. 그러나 후발 업체들도 시기만 다를 뿐 유료화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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