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서 175만년前 두개골 발견 유라시아人 조상 다양種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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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라시아인의 조상이 다양한 종(種)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증거가 발견돼 논란을 부르고 있다.

1백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건너와 처음 유라시아에 정착했다는 직립 원인(原人) 호모 에렉투스보다 70여만년 앞선 두개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과학 주간지 사이언스는 5일 "그루지야 남부 드마니시에서 1백75만년 전 원인의 두개골들이 발견되면서 학계의 정설이 뒤집혀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그루지야 국립박물관과 미 뉴욕주립대가 합동으로 구성한 연구진은 1999년 두 개, 지난해 한 개의 두개골을 발견했다.

문제는 이들 두개골의 뇌 용량이 특이하다는 점이었다.

이들의 추정 뇌 용량은 6백㏄·6백50㏄·7백80㏄다. 이같은 뇌 용량은 호모 에렉투스(9백35~9백50㏄)보다 훨씬 이전인 2백50만년 전의 아프리카 원인 호모 하빌리스(손을 쓰는 사람·6백32㏄)와 유사하다.

'뇌가 커지고, 길고 튼튼한 다리를 갖게 된 호모 에렉투스가 대륙을 건너 유라시아에 처음 왔다'는 정설을 뒤집고 이미 다른 종들이 존재했다는 얘기가 된다.

새로 발견된 세개의 두개골도 뇌 용량과 골격이 틀려 2~3개의 새로운 호모종(種)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연구팀의 레이드 퍼링(노스텍사스대)교수는 "인류가 하빌리스→에르가스터(일하는 사람·1백90만년 전)→에렉투스의 순서로 진화했다는 기존 학설과 완전히 다른 발견"이라며 "이들이 한 시대에 한 장소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밀퍼드 월포프 미시간대 교수는 "단순히 일찍 이동한 에렉투스인지, 다른 종인지는 다른 뼈들도 발견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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