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귀빈들 마음 사로잡았죠" 친절서비스에 "원더풀"… 감사장 보내와 : 신라호텔 드림팀 5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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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축구 열기로 온 나라가 들썩거린 지난 한달간 늘 한곳을 지키며 종종걸음으로 '서비스 월드컵'을 치러낸 이들이 있다.

월드컵 귀빈 숙소로 지정된 신라호텔 라운지에서 매일 낮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서빙을 책임진 새내기 문미라(20)·손세진(21)·신영미(22)·김도경(23)·함은정(23)씨 등 다섯명이 그들. 제프 블라터 회장 등 국제축구연맹(FIFA) 임원과 그 가족 등 7백여명의 귀빈을 서빙했다.

올해 초 월드컵을 앞두고 특채된 이들의 팀 명칭은 '서비스 드림팀'. 대학에서 호텔업이나 관광을 전공한 이들은 4개월간 외국어 교육은 물론 무거운 쟁반을 들고 장충단공원을 수십 바퀴씩 도는 힘든 훈련까지 받았다. 정신력 강화를 위해 해병대 캠프에도 참가했다.

이들이 현업에 배치된 것은 지난달 24일. 처음엔 외국 귀빈들 앞에서 실수도 했지만 이들의 미소와 몸에 밴 친절은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보츠와나에서 온 FIFA 집행위원 이스마엘은 좋아하는 메뉴를 외워버린 세심함에 "전세계를 다녀봤지만 이런 서비스는 처음"이라며 "원더풀"을 연발했다. 수단 축구연맹회장 말림은 "모두가 친손녀 같다"며 매일 라운지에 나와 인사를 건넸다.

이들의 이런 서비스 정신도 애국심에는 가끔 흔들렸다고 한다. 孫씨는 지난 10일 라운지에서 한국과 미국의 경기를 곁눈질로 보다 후반 동점골에 자신도 몰래 "골~인"을 외쳐 머쓱해졌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잡았고 이런 노력은 폐막식 참석을 위해 FIFA 관계자들이 모두 일본으로 떠난 26일 수십장의 감사장이 돼 돌아왔다. 블라터 회장도 라운지를 찾아 "수고했다"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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