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강 해외반응|"요코하마 결승까지 오세요" 日 NH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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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가 경악했다. 한국의 4강 진출에 대해 미 CNN방송은 "한국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국팀의 준결승 상대인 독일의 프레미어 방송은 "한국이 남유럽 전체(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스페인은 침통한 가운데 이탈리아처럼 심판의 오심을 문제삼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BBC "개최국 면모 보여"

○…한국·스페인전을 생중계한 영국 BBC방송의 중계팀은 홍명보 선수의 슛이 성공하자 한국어로 "한국 최고의 날입니다"고 외쳤다. BBC 중계팀은 "한국팀이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와 놀라운 체력으로 스페인을 강하게 압박해 승리를 거뒀다"며 "개최국으로서 훌륭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BBC는 경기가 끝난 뒤 스페인 선수들이 심판에게 달려가 위협적인 동작을 취하자 "패배를 하더라도 품위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의 정열적인 붉은 악마의 응원열기가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고강도 축구를 잠재운 숨은 원동력"이라고 평했다. 스포츠 전문 채널 ESPN방송은 "한국의 승리는 1백20분의 사투에 이어 10분간의 페널티킥 승부로 이어진 월드컵 최대의 드라마였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전역은 16강전 때의 이탈리아인들과 같이 심판의 판정을 문제삼아 "승리를 강탈당했다"며 분노하는 시민들로 가득찼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경기를 중계한 스페인TV는 두 차례 스페인의 결정적인 골 기회에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지자 "수치스런 경기"라고 논평했다. 민영TV 채널 안테나3의 아나운서는 "이탈리아에 일어난 일이 우리에게 똑같이 발생했다. 그들은 4강을 도둑질했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공영 라디오방송의 해설자는 "개최국과 경기를 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 스페인 선수들이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고 한탄했다.

일간 엘 문도는 "스페인은 한국을 이기는 방법을 알았어야 했고 심판은 스페인의 승리를 원하지 않았다"고 심판 판정을 문제삼았다. 이 신문이 '누구에게 스페인 탈락의 책임이 있는가'란 주제로 실시한 즉석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6백4명 중 47%인 2백84명이 심판을 꼽았고▶선수 40%(2백42명)▶불운 5%(32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그치지 않는 중동에서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4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에 높은 관심이 모아졌다. 팔레스타인 청년 무하마드(17)는 이날 한인교회 주위에서 만난 한국인들에게 "독일은 키만 크지 느리기 때문에 한국은 충분히 결승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통곡의 문 앞에서 경비를 서던 이스라엘 군인 이즈마엘도 "한국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한국인 관광객들과 악수를 나눴다.

AP "스페인 승리" 오보 소동

○…미국 AP통신은 한국의 4강 진출이 믿기지 않는 듯 두번이나 오보를 내는 소동을 빚었다. 이 통신은 이날 오후 6시8분 "스페인이 한국을 승부차기 끝에 5대4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오보를 전세계에 긴급 속보로 보냈다. 1분 뒤에는 한국이 이겼다고 정정하긴 했지만 승부차기 결과를 5-4로 잘못 송고, 다시 정정기사를 내보냈다.

○…프랑스 언론들은 "아무도 한국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며 한국의 월드컵 준결승 진출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월드컵 중계권자인 TF1방송과 스포츠 전문지인 레퀴프 등은 한국이 스페인을 누르고 준결승전에 진출하자 "대회 시작 전까지 무명이던 한국팀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숙해지고 있다"며 "한국이 환상적인 경기를 벌이며 꿈을 이어가고 있다"고 격찬했다.

○…일본의 NHK방송의 해설자는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한국팀, 해냈습니다. 여세를 몰아 결승전이 열리는 요코하마까지 꼭 와주세요"라며 환호했다. 요코하마 미디어센터에서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전세계 취재진은 한국 기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날 경기의 승자와 준결승에서 맞붙게 된 독일 언론들은 "한국은 달갑지 않은 상대"라며 당혹해하고 있다. 독일 공영 ARD방송은 한국팀에 대해 "투지가 넘치고 한순간도 공격을 늦추지 않는다"며 강인한 정신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방송은 또 승부차기에서 한골을 막아낸 이운재 선수를 "승부차기의 킬러"라고 표현했다.

경기 종료 직후 ARD가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독일의 4강 상대로 스페인이 좋다'는 응답이 66.7%인 반면 '한국이 좋다'는 응답자는 33.3%에 불과했다.

○…16강전에서 한국에 패한 이탈리아는 22일 한국의 4강 진출이 확정되자 "이번에도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로마의 회사원 잔 피에로는 "승부차기로 승패가 갈렸으니, 굳이 말하자면 제비뽑기 같은 경기였다"며 "이탈리아전과 똑같이 이번에도 심판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CCTV를 비롯한 중국 방송들은 한국 축구의 4강 진출에 대해 여전히 못마땅한 반응을 보여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의 빈축을 샀다. CCTV는 "이번 경기 역시 심판의 오심이 작용해 중국팬들의 불만을 샀다"고 전했다. 또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와 시민들의 환호하는 모습을 중계하지 않고 곧바로 방송을 중단했다. 신화사도 "심판의 오심문제는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멘트를 내보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를린·예루살렘=유재식·강찬호 특파원, 서울=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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