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는 그후로도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두 차례 더 사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총리가 특별히 잘못한 게 뭐 있느냐”며 “물러나더라도 명예롭게 나가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8일 전했다.
이 대통령이 3일 북중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날 정 총리는 독대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또다시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총리를 계속 하고 싶어 그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총리실 동향을 지켜보던 일부 청와대 참모는 6일 기자들에게 “총리가 금명간 사의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 “8일에 사퇴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며 정 총리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는 얘기를 했고,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7일 그 보도를 접한 총리실은 매우 불쾌해 했다. 정 총리의 한 측근은 “기자회견이라니…, 터무니 없는 얘기다”라고 했다. 사표설을 흘리는 데 대해 ‘정면 대응 기류’도 감지됐다. 이 대통령도 수석회의에서 “누가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같은 날 정 총리 역시 “청와대의 어떤 사람이 그런 말(사퇴 회견)을 하느냐”며 역정을 냈다 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보도에 대해 말을 한 것은 청와대가 정 총리를 몰아내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화를 낸 것도 청와대 일부 참모가 자신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왔다.
정 총리는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8일 입단속을 했다. 간부들과의 티타임을 한 자리에서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고 외부에 할 얘기가 따로 있지 않느냐”며 말조심을 하라고 꾸중을 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산뜻하게 출발하려면 새로운 총리로 가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라며 “지금 총리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 개편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정 총리 사퇴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정 총리가 명예롭게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게 이 대통령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